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운동화가 제멋대로 흩어졌다. 309 B&B의 첫인상은 세련된 도시의 호텔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여행자의 팽팽했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낡은 나무 가구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세월의 향기와 함께, 이곳은 일회용 어메니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내 칫솔은 어디 있어?"라고 묻는 둘째의 목소리에 나는 이것이 지구를 위한 작은 배려라고,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이 땅에 흔적을 덜 남기려는 노력이라고 속삭였다. 아이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챙겨온 칫솔을 건네자 이내 하얀 거품을 내며 만족해했다.
매끄러운 서비스 대신 이곳에는 집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공용 로비의 낡은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아이들이 뒹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잘 길들여진 낡은 스웨터를 입은 것처럼 마음이 포근해졌다. 무언가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는 공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되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을 때, 몸을 적당히 받쳐주는 매트리스의 탄성이 마치 "이제 좀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의 눈에 비친 가장 반짝였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곳의 진정한 마법은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시작된다. 모든 일상이 도보 2분 거리라는 점은 계획 없는 여행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우리는 지도를 접어두고 그저 배가 고프면 오른쪽으로, 혹은 왼쪽으로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왕거 육원의 쫄깃한 식감에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튀기듯 구워낸 외피의 바삭한 소리가 귓가를 자극하고, 그 안의 탱글한 육질과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엄마, 이거 진짜 신기한 맛이야!" 입가에 붉은 소스를 묻힌 채 묻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나는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그저 함께 웃었다.
3월의 창화는 20도의 쾌적한 공기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고, 비스듬히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은 거리의 모든 풍경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바구아산 대불 풍경구에서 만난 월영등축제의 화려한 조명들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보석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온 로디 말 캐릭터 앞에서 멈춰 선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 때, 그 온기는 서늘한 밤공기와 섞여 가슴 뭉클한 유대감을 만들어냈다. 저녁으로 먹은 창남 돼지덮밥의 두툼한 비계가 혀끝에서 녹아내릴 때, 짭조름한 간장 소스가 밥알 하나하나에 배어 들어와 완벽한 포만감을 선사했다. 거창한 만찬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얼굴에 묻은 양념을 보며 킥킥거리던 그 순간은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식사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달콤한 기억으로 남았다.
짐을 꾸려 떠나는 길, 마음속에 남은 잔상은 무엇일까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서둘러 짐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단잠에 취해 있었고, 나는 로비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309 B&B에서의 시간은 마치 틈새가 있는 헐거운 퍼즐 같았다. 딱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함은 없었지만, 그 빈틈 사이로 예상치 못한 여유와 평온이 흘러나왔다.
재사용 수건의 빳빳하고 정직한 촉감이 손끝에 남았다. 일회용품이 없다는 불편함은 어느새 익숙함이 되었고, 오히려 우리가 챙겨온 물건들이 이 공간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아이들이 투덜대지 않고 걷던 길과 입안 가득 육원을 밀어 넣던 표정, 그리고 뺨을 스치던 3월의 다정한 바람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기억에 각인되었다. 삶은 늘 특별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적당히 좋고 적당히 편안한 순간들이 모여 충분한 행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함께 걷게 될 것이다.
현관에 나란히 놓인 작은 신발들이 이번 여행의 성공을 말해주고 있었다.
- 숙소 주변에 6개 이상의 아침 식사 가게가 있으니, 매일 아침 다른 현지 메뉴에 도전해 보세요.
- 바구아산 등불 축제는 해 질 녘에 방문하여 낮의 청명함과 밤의 화려함을 모두 만끽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