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착착" 소리를 내며 복도를 달리는 아이들의 슬리퍼 소리. 309 B&B에서 제공한 다회용 슬리퍼가 매끄러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경쾌한 리듬이 만들어진다. 신발을 벗어던진 해방감이 하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졌고, 아이들은 그 소리가 마치 악기라도 되는 양 한참을 왕복했다. 그 소란함이 오히려 집 같은 안도감을 주었다.
2. 왕거 육원 가게 앞에서 들려오는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 12월의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 속으로 달콤하고 끈적한 소스 향이 훅 끼쳐왔다. 육원을 한입 베어 문 첫째가 "음!" 하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고, 쫄깃한 피 속에 숨어있던 죽순이 아삭하게 씹히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적당한 단맛이 여행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3. 로비 공용 공간에서 낮게 흐르는 낯선 이들의 대화 소리. 은은한 조명 아래 책과 잡지가 놓인 테이블 주변으로 사람들이 파도처럼 모였다 흩어진다. 종이를 넘기는 바스락거림과 간헐적인 웃음소리가 섞여 들었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저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4. 바구아산 대불로 향하는 길, 마른 잎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미지근한 12월의 햇살이 어깨 위로 내려앉고, 월영등축제의 화려한 조명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던 아내의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이름 모를 골목의 깊은 정적과 흙내음을 더 오래 품을 수 있었다. 길을 잃음으로써 비로소 발견한 창화의 민낯이었다.
5. 방 문을 잠그는 "철컥" 소리. 하루의 소란과 타인의 시선을 뒤로하고 오직 우리 가족만의 요새로 돌아온 순간이다. 309 B&B의 포근한 침구 속으로 몸을 던졌을 때, 18도의 서늘한 공기가 방 안의 온기와 만나 기분 좋은 미온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소리 없이 밀려와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12월의 창화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우리는 그 다정함 속에 깊이 잠겼다.
- 왕거 육원은 꼭 드셔보세요. 혀끝에 남는 달콤한 소스의 여운이 꽤 오래갑니다.
- 세면도구는 직접 챙겨가야 합니다. 지구를 아끼는 작은 불편함이 여행의 의미를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