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스며든 투명한 아침 햇살이 식탁 위 샐러드 접시에 내려앉아 반짝였다. 겹겹이 쌓인 초록빛 잎사귀 위로 투명한 오일과 식초 드레싱이 얇은 막을 형성하며 싱그러운 광택을 냈다. 포크로 잎사귀를 집어 입에 넣자, 아삭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상큼한 산미가 잠든 미각을 깨웠다. 옆에서는 둘째가 서툰 솜씨로 과일을 찌르려다 접시 밖으로 밀어내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첫째는 가장 좋아하는 베이컨을 더 가져오겠다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려 퍼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음이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갓 내린 커피의 쌉싸름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따뜻한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무질서한 소란함과 신선한 채소의 맛, 그리고 온기 어린 커피 한 잔. 이 불협화음 같은 조합이 지금 내게는 가장 완벽한 조화였다.
14:00, 습한 공기를 지워내는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안식처
정오의 열기를 뚫고 돌아온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빌라 객실은 마치 도심 속의 서늘한 동굴 같았다. 독채형 구조라 그런지 외부의 소음은 완벽히 차단되었고, 거실에서 나지막이 내뱉은 한숨이 욕실 끝까지 잔잔하게 전달될 만큼 공간의 깊이가 느껴졌다. 방 한편에 놓인 미끄럼틀을 발견한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환호성을 질렀다. 옷을 입은 채로 몇 번이고 위아래를 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천장에 부딪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매끄러운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적당한 팽팽함이 지친 몸을 단단하게 받쳐주었다. 9월의 대만 밖은 여전히 28도를 웃도는 습한 열기로 가득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쾌적하고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어느덧 둘째가 내 배 위로 묵직하게 뛰어올랐다. 숨이 턱 막히는 무게감이었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이 고요한 냉기와 아이의 온기를 동시에 느끼며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목적이었으니까.
19:00, 초록의 심연을 걷는 정원 산책
호텔 정원은 3,000평이 넘는 광활한 숲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빽빽한 식물들이 양옆으로 벽을 세워, 마치 거대한 정글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공기 중에는 비 온 뒤의 젖은 흙 냄새와 진한 풀 향기가 눅눅하게 섞여 있었다. 한참을 걷던 첫째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빠, 온천물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나는 명쾌한 대답 대신 아이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낮의 푸르름을 벗어던진 9월의 하늘은 조금 더 깊고 무거운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근처 수림농장에서 보았던 낙우송의 붉은빛이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의 작고 보드라운 손을 맞잡고 천천히 발을 뗐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의 선명한 색깔을 가만히 관찰했다. 생산성 없는 무용한 행동이었지만, 그래서 더없이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22:00, 고요가 주는 위로와 옅은 그리움
아이들을 겨우 잠재우고 나서야 온전한 나의 시간, 탕옥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피부 위에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듯 미끄러운 촉감이 온몸을 감쌌다. 적당한 온도의 물이 근육의 팽팽한 긴장을 서서히 녹여내렸고, 머릿속을 채웠던 잡념들도 수증기와 함께 흩어졌다. 낮에 아이가 탕 속에서 자신의 발가락을 보며 물고기가 있다고 소리치던 천진난만한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암반욕으로 몸의 심부까지 따뜻하게 데운 뒤, 2층 라운지로 올라갔다. 고요한 공간 속에 시원한 맥주 한 캔과 짭조름한 간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캔을 따는 '칙'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며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혀끝에 닿는 맥주의 쌉쌀함과 과자의 짠맛이 어우러지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이제야 비로소 완벽한 고독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혔던 그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벌써 그리워졌다. 다시 그 소란함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역설적인 갈망이 밀려왔다. 이곳의 평온함이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밤이었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나던 포근한 비누 냄새가 아직 방 안에 잔잔하게 남아 있었다.
- 빌라 룸의 미끄럼틀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입니다. 부모는 침대에 누워 그 행복을 관찰하기만 하면 됩니다.
- 조식의 신선한 샐러드와 드레싱을 꼭 경험해 보세요. 잠든 감각을 깨우는 정직하고 상큼한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