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번 여행에선 아무도 안 늦기로 내기했잖아." 결국 셋 다 늦었다. 부테크 우리 빌리지 로비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도심 한복판인데 정글 속에 툭 떨어진 기분이었다. 천장과 벽을 타고 제멋대로 뻗어 나간 초록빛 덩굴들이 습한 공기를 머금어 묵직하게 고요해져 있었다. 눅눅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지만, 그 묘한 습도가 오히려 이곳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었다.
창화 시내에서 마신 파파야 우유는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지나치게 달았다. 6월의 습도는 무려 79퍼센트. 옷감이 피부에 쩍쩍 달라붙어 불쾌지수가 정점에 달했을 때, 얼음처럼 차갑고 걸쭉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그 강렬한 단맛이 뇌를 깨우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콧등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누가 더 엉망인지 겨루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욕조 진짜 크네. 셋이 들어가도 되겠어." 누군가 툭 던진 헛소리에 우리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독채의 여유가 느껴지는 빌라 룸의 거대한 욕조를 두고, 누가 먼저 씻을지를 결정하는 가위바위보가 시작됐다. 패자는 수건을 챙기고 슬리퍼를 정리하는 가혹한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자, 피부를 짓누르던 바깥세상의 끈적임이 수증기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
2층에 무료 맥주가 있다는 소문은 우리를 순식간에 야생의 포식자로 만들었다. 한정 수량이라는 말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가 먼저 누르느냐를 두고 유치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결국 각자 차가운 캔 하나씩을 전리품처럼 쥐고 돌아와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캔 뚜껑을 딸 때의 경쾌한 '칙' 소리와 함께 찾아온 작은 성취감.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값진 수확처럼 느껴졌다.
소금판 욕실의 열기는 묵직하고 정직했다. 뜨겁게 달궈진 소금 돌 위에 누워 있으면, 몸속 깊숙이 고여 있던 눅눅함이 땀방울이 되어 증발하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엔 1초도 쉬지 않고 떠들던 친구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오직 고요한 숨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물소리뿐. 그 적막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가장 깊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가 부테크 우리 빌리지의 넓은 정원을 적셨다. 젖은 흙냄새가 확 올라오며 공기의 밀도가 바뀌었다. 비에 젖은 잎사귀들은 평소보다 더 짙고 선명한 초록색으로 빛났고, 빗방울이 나뭇잎에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다. 우산 없이 걷다 옷자락이 조금 젖었지만 상관없었다. 빗소리가 천연 배경음악이 되어 공간을 더 아늑하고 은밀하게 감싸 안았다.
노래방 룸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90년대 노래를 불렀다. 한 친구가 고음 부분에서 완전히 음을 이탈해 찢어지는 소리를 냈을 때,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녹음해 단톡방에 공유했다. "이건 평생 소장각이다"라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노래 실력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잡고 놀리는 유치한 재미가 더 컸던, 가장 소란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결국 마지막엔 모두 침대에 파묻혔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발끝에 닿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낮은 빗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내일 어디를 갈지 굳이 정하지 않았다. 무언가 대단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았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천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된 기분이었다.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혀 길게 선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 2층 무료 맥주 타임, 눈치싸움에서 이기려면 속도가 생명이야.
- 소금판 욕실에서 땀 뺀 뒤 마시는 찬물 한 잔, 이건 진짜 꼭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