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에 걸린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겨우 보이는 높은 천장과 그 끝에서 은은하게 쏟아지는 샹들리에의 빛줄기. 청셰 행려의 로비는 아이에게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비밀이 가득한 거대한 동굴이나 낯선 성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매끄럽고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작은 운동화가 닿을 때마다 '톡, 톡' 하고 경쾌한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여기는 소리가 춤을 춰!" 아이는 그 소리가 신기한지 제자리에서 폴짝거리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의 시선은 어른들의 사무적인 대화가 아닌, 카운터 아래의 어두운 틈새와 구석에 놓인 작은 화분의 초록빛 잎사귀에 머물렀다. 내게는 그저 효율적인 동선과 정돈된 공간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숨바꼭질하기 딱 좋은 비밀 기지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모험의 땅이었다. 낯선 공간이 주는 서늘한 공기와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방향제 향기가 아이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아이는 내 옷자락을 꼭 쥔 채, 이곳에서 잠을 자면 꿈속에서도 이 신기한 소리가 들릴지 진지하게 물어왔다.
노란 태양 조각과 바스락거리는 비밀 지도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샀던 불이방의 단황수를 식탁 위에 올려두자, 아이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둥글고 노란 빵을 보며 아이는 그것을 빵이라 부르지 않고 '작은 태양'이라고 불렀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입가에 고운 노란 가루가 묻어났다. 바삭한 껍질 속 묵직한 팥소와 짭조름한 노른자가 어우러진 생소한 맛에 아이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 묘한 조화에 매료되어 다시 크게 한 입을 먹었다. 5월의 창화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공기가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지만, 청셰 행려의 넓은 4인실 내부는 쾌적한 냉기로 가득했다. 아이는 입가에 가루를 묻힌 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복고풍 가구들 사이를 탐험가처럼 누비다 이내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좋은지 손가락으로 천을 긁으며 꺄르르 웃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 문득, 단황수 부스러기 하나를 주머니에 소중히 집어넣는 아이를 보았다. 나중에 배고플 때 먹겠다며 진지하게 속삭이는 그 작은 뒷모습을 보며, 여행이란 결국 이렇게 사소하고 무용한 조각들을 수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애쓰지 않고, 그 어긋난 모서리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아이의 주머니 속 노란 가루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작은 즐거움이 여행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의 기록
밤 11시, 아이들의 숨소리가 규칙적인 파도처럼 변했다. 방금 전까지 전쟁터 같았던 공간에 비로소 깊은 고요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엉킨 채 잠들었다. 한 명은 내 팔을 베고, 다른 한 명은 내 종아리에 발끝을 맞댄 채였다. 6층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조명을 낮추고 가만히 천장을 응시했다. 창밖에는 5월의 밤비가 '툭, 투둑' 하며 일정한 리듬으로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과 아이들의 몽글몽글한 체온뿐이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녹이며 생각했다. 가족 여행은 늘 고단한 준비와 지루한 이동, 그리고 끊임없는 충돌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이 찰나의 순간이면, 그 모든 소란이 사실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깨닫는다. 굳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좋았다. 그냥 다른 곳에 와서, 함께 잠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젖은 창밖의 풍경은 흐릿했지만, 방 안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포근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모여 삶의 가장 단단한 기억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조용한 방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내일 아침 아이들이 깨어나면 다시 시작될 그 소란스러운 퍼즐 맞추기를 기대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비가 그친 창밖으로 옅은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 불이방의 단황수를 나누어 먹으며 아이가 느낀 '태양의 맛'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 비 오는 오후,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낙서 시간 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