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마이크: 차가운 은색 금속의 매끄러운 감촉. 한밤중의 엇박자와 고막을 찌르는 끔찍한 고음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게 바로 예술이야!"라고 외치던 우리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음악보다는 소음에 가까웠던 그 열정적인 시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전동 마작 테이블: 덜컹거리는 기계음과 패가 섞이는 규칙적인 진동. 승패의 냉혹함보다는 누가 더 황당한 표정을 짓느냐에 집중했던 찰나의 순간들, 그리고 패 섞는 소리에 교묘하게 묻혔던 우리의 낮은 낄낄거림을 지켜봤다.
넷플릭스 화면: 어두운 방 안을 푸르스름하게 물들였던 서늘한 빛. 영화의 줄거리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누가 먼저 잠드나 보자"며 벌였던 치열한 내기와, 결국 화면 속 주인공보다 우리가 먼저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그 평화로운 패배를 기억한다.
빳빳한 하얀 시트: 갓 세탁한 면의 바스락거리는 촉감과 은은한 세제 향. 여행의 피로를 한꺼번에 쏟아부으며 대자로 뻗어 있던 우리의 무질서한 자세와, 잠결에 서로의 발을 걷어찼던 사소하고도 귀여운 다툼을 모두 품어주었다.
낡은 방 열쇠: 손때 묻은 작은 금속 조각의 묵직함. 정성 야시장으로 달려가기 전, 서로의 가방 속을 헤집으며 열쇠를 찾느라 벌였던 소란스러운 소동과, 서둘러 문을 잠그며 내뱉었던 설렘 가득한 숨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이 공간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 사각형의 공간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아마 '무해하고 시끄러운 작은 폭풍'이라고 부를 것 같다. 1월의 창화는 공기가 건조하고 투명했다. 밖은 평균 17도의 서늘한 기운이 피부를 스쳤지만, 푸구이 민수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느껴지던 적당한 온기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품처럼 포근했다. 우리는 치밀한 계획 대신 발길 닿는 대로의 방랑을 택했다.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정성 야시장에 도착했을 때,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하던 기름진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다. 60년 전통이라는 파파야 우유는 혀끝에 닿는 순간 적당한 달콤함이 퍼졌고, 끝맛에 살짝 감도는 특유의 쌉쌀함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쫀득한 육원에 달콤한 찹쌀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며, 우리는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여기 진짜 대박인데?"라는 짧은 감탄사가 공중에 흩어졌다. 주인장님의 친절함은 과하지 않아 오히려 더 깊은 편안함을 주었다. 짐을 미리 맡아주고 체크아웃 시간을 배려해 준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게으르고 느긋하게 이 도시의 호흡에 맞출 수 있었다. 바구아산의 등불 축제는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빛의 향연이었다.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을 보며 우리는 어떤 거창한 교훈이나 깨달음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니까. 다시 푸구이 민수으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온몸을 감싸는 안락함 속에 우리는 서로의 엉망진창인 모습을 확인하며 겨울의 한 조각을 따뜻하게 공유했다.
찻잔 속에 남은 온기가 기분 좋게 손바닥을 적신다.
- 60년 전통의 파파야 우유, 끝맛의 쌉쌀함까지 천천히 음미해 볼 것
- 바구아산의 등불 축제, 아무런 생각 없이 빛의 흐름을 따라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