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작은 발걸음이 복도를 가로지른다. 헐렁한 잠옷 바지 끝단이 카펫 위를 쓸며 나풀거리는 모습이 꼭 작은 유령 같다. 아이는 이곳이 거대한 미로라고 믿는 모양이다. 여섯 명의 디자이너가 설계했다는 공간의 정체성이나 철학보다는, 그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바닥이 아이에게는 더 중요했다. 푹신한 카펫 속으로 발소리가 먹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리듬감 있는 소란함이 낯선 여행지의 긴장을 기분 좋게 풀어준다.
욕실 문을 연 순간, 방보다 더 넓은 공간이 펼쳐져 당혹감마저 느껴졌다. 구이안 프리펙처 인의 시그니처인 마사지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5월의 창화는 공기가 묵직하고 습했다.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던 그 무게감이 뜨거운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강한 수압의 물결이 등을 밀어낼 때마다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매끄러운 촉감이 전신을 감쌌다.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전부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침 식당의 공기는 활기찬 소음으로 가득하다. 주방에서는 무언가 지글거리는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려온다. 주문 즉시 만들어준다는 단빙이 뜨거운 팬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소리다. 아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접시를 옮기며 쟁반을 달그락거린다.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지만 결코 소란스럽지는 않은, 적당한 온도의 소음이다. 갓 구운 토스트의 바삭한 파열음이 귓가에 닿을 때, 비로소 완전한 휴식의 아침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부이팡의 에그요크 페이스트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갓 나왔을 때는 껍질이 완전히 굳지 않아 혀끝에 닿는 감촉이 보드랍고 따뜻했다. 진한 붉은 팥소의 묵직한 단맛 뒤로 짭짤한 노른자의 풍미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질감이 정직하고 순수했다. 시간이 흘러 조금 식은 뒤에 다시 맛보니, 이번에는 껍질의 바삭함이 살아나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온도에 따라 변주되는 맛의 층위가 흥미롭다.
빛이 설계했다는 호텔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전 10시, 창가에 놓인 초록빛 식물 위로 투명한 햇살이 쏟아진다. 빛의 각도에 따라 잎사귀의 미세한 맥들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빛은 느릿한 걸음으로 방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그림자의 길이를 조절한다. 억지로 꾸며낸 화려함이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빛과 공기가 주는 쾌적함이다. 가만히 그 움직임을 쫓고 있으면 세상의 시간이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든다.
구름 속에 파묻히는 듯한 거대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구이안 프리펙처 인의 테마 룸답게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안락함이 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옆에서는 첫째가 책을 읽다 어느새 고개를 떨구며 잠들었고, 둘째는 내 팔을 베개 삼아 웅크린다. 빳빳하게 세탁된 시트에서는 햇볕에 잘 말린 은은한 세제 냄새가 났다. 이 무거운 안락함 속에 영원히 갇혀 있고 싶다는 달콤한 게으름이 밀려온다. 구석에 굴러다니는 운동화가 마치 잊힌 장난감처럼 보였다.
모두가 잠든 시간, 방 안에는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정적을 채우고 있다. 5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눅눅하지만, 이 방 안만큼은 갓 세탁한 수건처럼 보송보송하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겹쳐져 하나의 낮은 화음을 만든다. 특별한 대화나 거창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밤이다. 창밖으로 펼쳐진 창화의 조용한 거리 풍경을 뒤로한 채, 우리는 함께라는 안도감 속에 깊이 고요히 머무한다.
젖은 수건 한 장이 바닥에 툭, 떨어져 있었다.
- 아이들과 함께라면 방보다 큰 욕조가 있는 테마 룸을 선택해 여유로운 물놀이를 즐겨보세요.
- 호텔 근처 부이팡 에그요크 페이스트리는 따뜻할 때의 부드러움과 식었을 때의 바삭함을 모두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