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셋 다 길을 잃었다. 창화 시내의 좁은 골목은 생각보다 훨씬 불친절했고, 우리는 구글 지도를 믿지 않기로 한 뒤에야 비로소 터키블루색의 조각 나무문을 발견했다. 1967년에 지어졌다는 H1967의 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서로의 엉망인 몰골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11월의 공기는 22도 정도로 적당히 서늘했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건조했다. 딱 누워있기 좋은 날씨였다.
우리의 서툰 소란을 묵묵히 기록한 증인들
터키블루색 조각 나무문: 손끝에 닿는 페인트의 거친 질감과 눅눅한 공기가 섞인 묘한 끈적임. 좁은 골목 끝에서 "여기가 맞다니까!"라고 우기며 서로의 지도를 뺏으려 투닥거리던 우리의 유치한 고집을 묵묵히 지켜봤다. 결국 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그 허탈하면서도 안도 섞인 표정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테라조 바닥: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과 공간을 울리는 맑은 공명. 양말을 신은 채로 누가 더 멀리 미끄러지나 유치한 경주를 벌이던 모습과, 그 뒤에 터져 나온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바닥 전체로 흡수했다. 우리가 얼마나 쓸데없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인지 가장 잘 아는 증인이다.
재봉틀 세면대: 차가운 금속의 촉감과 규칙적으로 툭툭 떨어지는 물소리가 만드는 정적. 세수를 하며 거울 속 서로의 퀭한 눈을 보고 "너 진짜 엉망이다"라며 헛웃음을 짓던 무용한 대화들을 다 듣고 있었다. 낡은 기계의 골조 위에 얹어진 현대인의 피로를 묵묵히 받아낸 다정한 도구다.
히노키 나무 계단: 코끝을 스치는 은은하고 깊은 나무 향과 밟을 때마다 낮게 울리는 삐걱거리는 마찰음. 밤늦게 야식을 들고 올라가며 내던 무거운 발소리와, 내일은 꼭 길을 잃지 말자고 나누던 낮은 속삭임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우리의 시시콜콜한 농담들이 나이테 사이사이에 겹겹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오래된 라디오: 먼지가 얇게 앉은 다이얼의 뻑뻑한 촉감과 지지직거리는 주파수의 소음.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가사를 제멋대로 바꿔 부르며 서로의 음치력을 비웃던 그 엉망진창인 화음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소음조차 음악처럼 들리게 만들던 그 밤의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기억한다.
이 낡은 공간이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아마 H1967의 가구들은 우리를 보며 조용히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다 큰 성인 셋이 창화까지 와서 한다는 짓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천장의 무늬를 세는 것뿐이었으니까.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먼지 입자와 함께 춤추던 거실에서, 끈적하고 달콤한 소스가 묻은 바완을 먹으며 옷에 얼룩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자고 모여 앉아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정적 속에 잠겨 있던 모습들. 하지만 이 낡은 집은 우리의 그런 소란스러움을 결코 싫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50년 넘게 쌓인 무거운 정적 속에 갑자기 끼어든 낯선 이들의 웃음소리는, 이 집에게도 꽤 오랜만에 찾아온 생경한 자극이었을 테니까. 낡은 나무 냄새와 섞인 낯선 도시의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을 때, 우리는 이곳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그들은 아마 우리를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시끄러우며, 생각보다 단순해서 사랑스러운 인간들'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시간의 먼지가 내려앉은 공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얻었다.
창가에 내려앉은 11월의 서늘한 달빛이 우리를 덮어주었다.
- 다위안마수에 들러 쫀득하고 달콤한 타로 과자를 한 봉지 사는 것.
- 11월의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팔괘산 대불까지 느릿하게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