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기할까? 누가 먼저 길 잃어버리나." 민석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든 채 툭 던졌다. "야, 너 지금 화면 거꾸로 들고 있잖아!" 내 외침에 민석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대꾸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지도의 관점이 틀린 거야." "관점 같은 소리 하네. 덕분에 30분이나 더 돌았어, 이 멍청아!" 옆에서 듣던 지현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우리 둘의 머리를 동시에 쥐어박았다. 4월의 창화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차창 밖으로는 이름 모를 하얀 꽃잎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유리창에 하얀 점들을 찍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꺾고, 막다른 길에서 서로를 탓하며 낄낄거렸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누구의 멍청함이 더 찬란하게 빛나는지를 겨루는 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 같았다.
무채색의 고요가 주는 안식, 화수 컬처 호텔
소란스러운 낮의 소음을 뒤로하고 들어선 화수 컬처 호텔의 로비는 마치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통로 같았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입구에서부터 정중하게 권하는 슬리퍼 교체였다. 신발을 벗고 보드라운 슬리퍼에 발을 밀어 넣는 순간, 외부의 먼지와 소란이 한꺼번에 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묵은 객실은 회색빛의 광물 질감이 느껴지는 벽면과 따뜻한 톤의 목재 바닥, 그리고 이를 날카롭게 잡아주는 짙은 색의 금속 라인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그 절제된 무채색의 공간은 오히려 우리에게 '이제는 쉬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처럼 다가왔다.
방 안의 조명은 눈이 피로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밝기로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침대와 책상, 옷걸이 구역이 명확하게 나뉜 효율적인 동선 덕분에 짐을 풀자마자 빠르게 휴식의 리듬을 찾을 수 있었다. 큰 창문을 열면 팔괘산의 짙푸른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멀리 보이는 대불의 실루엣이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빳빳하게 관리된 흰 시트 위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탄성은, 마치 하루 종일 긴장했던 근육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다정한 손길 같았다. 이곳의 공기는 쾌적했고, 공간이 주는 정갈함은 우리 관계의 불필요한 찌꺼기들까지 깨끗하게 씻어내 주는 듯했다.
노른자의 짠맛과 밤의 낮은 고백
"결국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얻은 게 뭐야?" 밤 11시, 지현이 부이팡에서 사 온 달걀노른자빵을 한 입 베어 물며 물었다. 갓 구워낸 빵의 외피는 바삭하게 씹혔고, 속을 채운 붉은 팥소와 노른자는 아직 미지근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짭조름한 노른자의 풍미가 혀끝에서 굴러다니는 동안,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내비게이션을 거꾸로 보는 법을 배웠지." 내 대답에 민석이 킥킥거리며 빵을 뺏어 먹었다. 낮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방 안에는 낮은 숨소리와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만이 남았다. 우리는 더 이상 거창한 의미나 특별한 계획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냥 좋았으니까 왔고, 맛있으니까 먹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휴식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읽어내고 있었다. 24시간 상주하는 보안 요원의 규칙적인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멀어질 때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침묵 속으로 스며들었다.
베개 옆에 몰래 들어온 하얀 꽃잎 하나가 가만히 놓여 있었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라인으로 미리 예약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 출출할 때면 차로 5분 거리의 남곽로 미식거리에서 야식을 포장해 오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