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청 호스텔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여행의 긴장으로 팽팽하게 조여졌던 숨이 한꺼번에 탁 풀려나갔다. 로비의 유리 벽돌들은 쏟아지는 10월의 햇살을 잘게 부수어 바닥 위에 다이아몬드 가루처럼 흩뿌려놓고 있었다. 그 몽환적인 빛의 산란을 본 둘째가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엄마, 여기 거대한 얼음 과자로 만든 집이야?"라고 속삭였다.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와 무심하게 놓인 금속 철판들이 공간의 뼈대를 이루고 있었지만, 천장에서 내려오는 부드러운 빛이 그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다정하게 뭉툭하게 만들고 있었다. 위로 굽이치며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은 마치 호기심의 리본처럼 펼쳐져 있었고, 첫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대기까지 누가 먼저 가나 내기를 하자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 올라갔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면이 교차하는 복도를 천천히 걷다 보면, 오래된 시간의 켜와 현대적인 감각이 서로 다투지 않고 나란히 서서 호흡하는 기분이 든다. 과장된 화려함 대신 재료 본연의 정직함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그 유리 벽돌에 부딪혀 굴절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시의 소음이 다정한 리듬이 되는 순간
호텔에서 200미터 정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창화역의 활기가 느껴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의 길고 낮은 경적 소리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마치 이 도시가 연주하는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린다. 다시 진청 호스텔의 작은 바 공간에 앉아 있으면,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나누는 낯선 언어들이 공기 중에 섞여 들어와 묘한 해방감을 준다. 아이들은 로비의 높은 천장을 향해 작은 함성을 질렀고, 그 소리는 벽면의 금속판을 타고 징하게 울려 퍼지다 이내 고요 속으로 스며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소란함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그 소음조차 여유로운 휴식의 일부였다. 바닥을 긁는 캐리어 바퀴의 규칙적인 마찰음, 직원이 나지막하고 친절하게 건네는 환대의 목소리, 그리고 창밖에서 스며드는 일상적인 도시의 소음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화음을 이룬다.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그 소리들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저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거친 세월의 흔적과 포근한 품의 대비
발코니로 나서면 과거에 물을 끓이던 오래된 보일러가 박물관의 전시물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붉게 슨 녹이 겹겹이 쌓인 철제 표면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듯 거칠고 딱딱했다. 둘째가 작은 손가락 끝으로 그 녹슨 표면을 조심스럽게 긁어보더니, "시간이 여기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같아"라며 신기해했다. 투박한 철덩어리 주변을 작은 전구들이 별빛처럼 감싸고 있어, 밤이 되면 차가운 금속 위에 따뜻한 빛의 점들이 내려앉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피부에 닿는 시트의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운 촉감은 낮 동안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산업적인 외관의 차가움과는 대조적으로, 내부의 목재 가구들은 사람의 온기를 머금은 듯 은은한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아이들이 침대 위에서 뒹굴며 서로를 밀어내는 장난스러운 광경을 관조하며 누워 있자니, 거친 녹슨 철과 부드러운 면 시트, 그리고 매끄러운 나무의 질감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묘하게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혀끝에 남은 끈적하고 달콤한 골목의 기억
근처 시장의 활기 속에 섞여 루위안을 샀다. 쫀득한 피 속에 고기와 죽순이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고, 그 위로 진한 갈색의 찹쌀 소스가 듬뿍 얹어져 탐스러운 빛깔을 냈다. 첫 입을 크게 베어 물었을 때, 짭조름하면서도 묵직한 달콤함이 혀끝을 먼저 자극했다. 이어지는 죽순의 아삭한 식감이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어 마지막 한 점까지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입가에 갈색 소스를 잔뜩 묻힌 채로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이라며 연신 감탄했다. 손가락에 묻은 끈적한 소스를 닦아내는 일조차 귀찮지 않을 만큼 그 맛은 강렬했다.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의 맛은 기억의 가장 깊은 곳에 저장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가진, 창화의 오래된 골목이 가진 정서를 그대로 닮은 맛이었다. 식후에 곁들인 불이방의 에그타르트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해 입안에서 구름처럼 부드럽게 흩어졌다. 특별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함께 씹고 삼키는 그 소박한 행위 자체가 우리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숲의 숨결과 오래된 나무가 건네는 위로
10월의 창화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계절이었다. 습도가 낮아 피부에 닿는 바람이 쾌적했고, 그 바람을 따라 수삼림 농장으로 향했다. 호수를 둘러싼 낙우송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물기를 머금은 짙은 흙 내음과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사귀의 향기가 섞여 들어와 폐부 깊숙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로 스며든 가을의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갓 볶은 커피 향과 오래된 나무 가구의 묵직한 냄새가 우리를 다시 맞이했다. 인위적인 방향제가 아니라, 공간이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빚어낸 본연의 냄새였다. 아이들의 옷깃에 배어 있는 바깥바람의 서늘한 냄새와 호텔 내부의 차분한 향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는 비로소 이곳에 온전히 머물고 있음을 실감했다. 냄새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다. 훗날 10월의 서늘한 바람이 불 때면, 이 투박한 산업풍 호텔의 공기가 사무치게 그리울 것 같다.
창밖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아이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 창화역에서 도보 2분 거리라 짐이 많은 가족 여행객에게 최적의 동선입니다.
- 로비의 나선형 계단과 유리 벽돌 벽면은 아이들과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