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창화는 공기마저 눅눅하게 고요해져 있었다. 피부에 닿는 미지근한 바람이 끈적였고, 소울맵 호스텔의 그리스 테마 룸 안에는 에어컨의 단조로운 기계음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 배고픔을 인정하느냐로 내기를 했다. 지는 사람이 내일 아침 편의점 짐을 모두 짊어지는 단순하고도 가혹한 게임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친구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호스텔 문을 나서면 바로 펼쳐지는 삼민로의 풍경, 2층에서 거리로 내려오는 그 짧은 계단이 왠지 모를 모험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목적지인 아삼육원으로 향하는 길, 밤공기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거리 곳곳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잠들어 있던 식욕을 날카롭게 깨웠다.
끈적한 소스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
방으로 돌아와 비닐봉투를 열자 달콤하고 진한 향기가 좁은 방 안을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투명하고 쫄깃한 피 속에 고기가 꽉 찬 육원이 갈색 소스를 머금은 채 조명 아래서 보석처럼 번들거렸다.
"야, 너 아까 배고프다고 했을 때 표정 진짜 가관이었어. 거의 울기 직전이더라?"
친구가 젓가락으로 육원을 집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나는 소스가 듬뿍 묻은 조각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쫄깃한 식감이 치아에 먼저 닿고, 곧이어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혀 전체를 부드럽게 감쌌다. 창화의 육원은 이 소스가 핵심이다. 이 강렬한 달콤함이 눅눅한 9월의 기분을 적당히 상쇄해 주었다.
"근데 이 집 소스 진짜 대박이다. 너네 이거 안 먹었으면 이번 여행 헛걸음한 거나 다름없어."
"말은 잘하네. 아까는 안 먹어도 상관없다며, 꿋꿋하게 버티더니."
"그건 전략적인 침묵이었지. 결과적으로 내가 이 맛을 이끌어냈으니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어."
우리는 좁은 침대 사이에서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밀착해 앉아 육원을 나눠 먹었다. 콘센트 위치가 애매해 멀티탭 하나에 충전기 네 개를 억지로 쑤셔 넣느라 한바탕 소동을 피웠는데, 엉망으로 엉켜 있는 전선들이 꼭 우리 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아늑한 보호막처럼 느껴지는, 묘하게 편안한 밤이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의 온도
육원 봉투가 비워지자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9월의 창화 밤은 밖으로는 소란스러웠지만, 방 안은 어느새 깊은 고요에 잠겼다. 창밖 삼민로의 자동차 경적 소리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멀게 들려왔다. 천장의 전등을 끄자, 창틈으로 스며든 가로등 불빛이 방 안을 옅은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누워 있으니 비로소 여행의 목적이 생각났다. 거창한 탐험이나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마음 맞는 친구들과 좁은 방에 누워, 배부른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땀이 살짝 밴 시트의 눅눅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지만, 그 끈적임조차 이 도시가 주는 환대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잠결에 내일은 또 뭘 먹을까 중얼거렸고,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밤, 배고픈 것을 배고프다고 말할 수 있는 이 단순한 상태가 가장 행복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체온과 습한 공기에 기대어 천천히 잠의 심해로 고요해졌다.
가로등 불빛이 발끝에 머물던, 충분히 다정했던 밤이었다.
- 아삼육원: 쫄깃한 피와 달콤한 소스의 조화가 일품인 창화의 대표 맛
- 삼민시장 주광육반: 짭조름한 돼지고기 덮밥으로 든든하게 채우는 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