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기가 진짜 호텔 맞아? 간판이 없는데?" 둘째 아이의 의아함 섞인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타이중 고속철 모텔로 향하는 길, 낡은 담벼락 사이로 스며든 오후의 나른한 햇살과 눅눅한 골목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이에게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비밀 기지를 찾아가는 보물찾기 같은 모험이었다.
"어서 와요!" 우리를 맞이하던 주인 아주머니의 환대 섞인 웃음소리였다. 낯선 이방인을 오래전부터 알던 조카처럼 반겨주는 그 목소리에는 묘한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묵직한 열쇠가 손바닥에 닿는 서늘한 감촉과 함께, 이곳이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온기가 겹겹이 쌓인 '집'이라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욕실에서 들려오던 규칙적인 물소리는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리듬이었다. 건식과 습식이 깔끔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며 내는 웃음소리가 타일 벽에 부딪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넉넉한 4인실 객실의 보드라운 침구 속으로 몸을 던지며, 우리는 비로소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을 내려놓고 깊은 휴식의 품에 안겼다.
창화 시장의 소란함 속에서 들려온 육원의 쫀득한 씹는 소리였다. 달콤한 찹쌀 소스가 입술에 끈적하게 달라붙고, 아삭한 말린 죽순과 고소한 고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왔다. "진짜 맛있어!"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나는 적당한 배고픔과 온도가 만들어낸 이 소박한 만찬이 이번 여행의 가장 완벽한 조각임을 깨달았다.
수삼림 농장의 낙우송 숲을 스치던 서늘한 바람 소리였다. 10월의 타이중은 25도의 쾌적한 공기로 가득했고, 코끝에는 짙은 흙 내음과 나무의 향기가 맴돌았다. 호수에 비친 에메랄드빛 나무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아도 그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충만함을 느꼈다.
현관에 나란히 놓인 아이의 작은 신발이 포근한 풍경이 되었다.
- 창화의 명물인 고소한 단황수를 꼭 맛보길 추천한다.
- 타이중 고속철 모텔 주변의 조용한 주택가를 산책하며 현지인의 일상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