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장화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바람이 피부를 파고드는 계절이었다. 공기는 메말라 있었고, 옷깃을 아무리 세워봐도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우리는 선형 차고에서 기름 냄새와 녹슨 철의 향취가 섞인 투박한 로봇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호텔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 나직하게 배가 고프다고 중얼거렸고, 그것은 우리 셋 모두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본능을 깨웠다. 우리는 서둘러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쫀득한 루위안과 달콤한 파파야 우유를 샀다. 비닐봉지 밖으로 루위안의 끈적한 소스가 조금 새어 나와 손가락에 묻었지만, 그마저도 따뜻한 온기처럼 느껴졌다. 타이완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밖의 냉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미지근하고 포근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6층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누가 먼저 침대에 눕느냐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했지만, 결국 승자는 없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기 때문이다. 방 안에는 낮은 채도의 조명이 켜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장화 시내의 밤 풍경이 낮은 파도처럼 잔잔하게 깔려 있었다. 짐을 풀 여유도 없이, 우리는 가장 먼저 봉투 속의 야식부터 꺼내 놓았다.
끈적한 소스와 함께 흩뿌린 진심들
"야, 너희 이것 좀 봐. 욕실 유리가 이렇게 투명한 게 말이 돼?"
한 친구가 욕실 쪽을 가리키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욕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였다. 조금은 쑥스럽고 당혹스러운 설계였지만, 그 엉뚱함이 오히려 우리의 긴장을 무너뜨리고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는 침대 위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루위안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쫄깃한 식감과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가 진하게 퍼졌고, 뒤이어 마신 차가운 파파야 우유가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내렸다.
"말도 안 돼. 우리 진짜 기차 머리 모양 호텔 같은 특별한 곳에서 자고 싶다고 그렇게 떼를 썼는데, 결국 도착한 곳이 이렇게 평범한 비즈니스 호텔이라니. 좀 억울하지 않냐?"
"야, 그래도 여기 생각보다 쾌적해. 일본제 욕실 설비라는데 물 내려가는 소리부터가 경쾌하더라고. 그리고 이 침구 좀 봐. 빳빳하게 잘 말려진 게 냄새도 좋고 포근하잖아."
"결과적으로 우리가 짠 일정 중에 제일 멍청했던 게 뭔지 알아? 12월의 장화가 이렇게 춥다는 걸 무시하고 얇은 겉옷만 챙겨온 거야. 아까 너희 덜덜 떠는 꼴이 진짜 가관이었다고."
우리는 서로의 서툰 선택들을 가감 없이 끄집어내며 낄낄거렸다. 루위안의 소스가 입가에 묻은 줄도 모른 채, 우리는 한참 동안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내일 아침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조식을 먹을지, 아니면 맞은편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할지를 두고 마치 국가 중대사라도 결정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토론했다. 사실 무엇을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좁은 방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말들을 나누는 이 순간 자체가 충분했다. 12월의 추위는 어느새 방 안의 온기와 우리의 웃음소리에 밀려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포만감이 남긴 다정한 정적
어느덧 음식은 바닥났고, 뜨거웠던 대화의 열기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소음과 가끔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희미한 발소리만이 남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를 잡고 깊숙이 누웠다. 호텔의 세탁실에서 갓 나온 듯 빳빳하고 깨끗한 시트의 감촉이 등에 닿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이제 욕실의 투명한 유리는 더 이상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하나의 벽이자, 우리만의 작은 공간을 나누는 경계일 뿐이었다. 창밖의 소음이 아득해지고, 방 안의 공기는 기분 좋게 무거워졌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배가 부르고, 잠옷이 포근하며, 내 곁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안심이 되었다. 타이완 호텔에서 보낸 장화의 밤은 그렇게 담백하고 평온하게 흘러갔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라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자 은은한 세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그것은 잠 속으로 빠져들기에 가장 완벽한 온도였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던 가로등 불빛이 천천히 흐려졌다.
- 쫀득한 식감과 달콤한 소스의 조화가 일품인 장화 지역의 루위안 포장
- 달콤하고 시원해 야식의 마무리 입가심으로 제격인 현지 파파야 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