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복도를 가로지른다. 티미오스 인의 복도에는 에어컨이 없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이곳의 고집스러운 배려라고 한다. 아이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맨발이 바닥에 닿는 규칙적인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탁, 탁, 탁.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선 아이가 복도 곳곳에 놓인 초록색 식물들을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빠, 여기 진짜 정글 같아!" 아이의 외침에 웃음이 났다. 정글까지는 아니겠지만, 9월의 습한 공기가 잎사귀 끝에 눅눅하게 매달려 있는 풍경이 꽤 근사했다.
침대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적당한 탄성이 몸의 무게를 천천히 시트로 옮겨준다. 9월의 창화는 여전히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지만, 방 안의 냉기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쾌적하다. 일본식의 간결한 디자인 덕분에 시야에 걸리는 소음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는 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 근육이 서서히 느슨해진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느린 호흡 속에서 깨닫는다.
공용 공간의 정수기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꿀럭, 꿀럭. 투명한 액체가 텀블러를 채우는 정직한 소리다. 이곳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병이 없다. 각자의 텀블러에 물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 전자 카드키가 문에 닿을 때 나는 짧은 비프음이 들린다. 삑, 하는 그 작은 신호가 나만의 작은 요새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준다. 소리들이 간결하고 투명해서 마음까지 정돈되는 기분이다.
아침 8시,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락 나는 따뜻한 죽과 갓 구운 토스트가 놓여 있다. 어제 시장에서 맛본 로우위안의 끈적하고 달콤한 소스 맛이 아직 혀끝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 진한 여운을 담백한 죽이 부드럽게 덮어준다. 첫째는 토스트에 잼을 너무 듬뿍 발라 입가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 아이의 입가를 닦아내며 생각했다. 이 정도의 소란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다정한 선물이라고. 충분히 충만한 아침이었다.
3층 복도, 잎맥을 통과한 햇빛이 바닥에 작은 점들을 흩뿌려 놓았다. 빛의 조각들이 미세한 바람을 따라 느릿하게 춤을 춘다. 9월의 오후 햇살은 너무 뜨겁지 않고 적당히 묵직하다. 그 빛의 흐름 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 무용한 일이지만, 그래서 더없이 즐겁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찰나의 순간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욕실에 놓인 묵직한 세정제 병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일회용품 대신 자리 잡은 커다란 통. 손끝에 닿는 액체의 미끄러운 촉감과 함께 은은한 비누 향이 손가락 사이로 옅게 퍼진다. 하얀 벽면이 인상적인 일식 스타일의 욕실은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쾌적함을 준다. 렌탈 숍에서 빌려온 작은 소품들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짐을 줄여온 보람이 느껴지는, 정갈한 공간의 위로다.
로비 소파에 우리 가족 넷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각자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만, 어깨와 어깨는 조금씩 맞닿아 온기를 나눈다. 엉망진창이었던 하루였지만, 지금 이 정적이 무엇보다 충분하다. 다들 조금 지쳤고, 그래서 더 편안하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우리는 그렇게 함께, 고요한 숨을 나누며 머물렀다.
창밖으로 9월의 밤공기가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호텔 근처 수삼림 농방의 낙우송 길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부얼팡의 에그타르트나 달걀 노른자 빵을 사서 로비에서 나눠 먹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