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미오스 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물병을 드는 수고로움. 호텔에 일회용 생수가 없어 직접 물병을 들고 공용 공간의 정수기로 향해야 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번거로운 일이야"라며 투덜댔지만, 꼴깍꼴깍 물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그 짧은 행군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멍한 표정을 관찰하며 뜻밖의 대화를 나눴다. 작은 불편함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다리가 되었다. 복도의 정직한 온도.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호텔의 고집으로 복도에는 에어컨이 없다. 덥다고 징징대던 친구가 어느 순간 "생각보다 쾌적한데?"라며 빠르게 포기한 덕분에 우리 팀의 평화가 유지되었다. 눅눅하지 않은 적당한 온기가 피부에 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곳의 느릿한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칸막이가 주는 최소한의 영토. 8인실 도미토리지만 침대 사이에 세워진 벽이 우리를 구원했다. 완전히 닫히지는 않아도 나만의 작은 요새가 있다는 안도감에, I형 인간인 우리는 바스락거리는 시트 소리와 각자의 숨소리를 이불 삼아 깊게 잠들었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은 생각보다 강력한 정서적 위로였다. 양심을 시험하는 정직 상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결제하는 상점 앞에서 우리는 인생 최대의 도덕성 시험을 치렀다. 계산대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정말 정직한가'라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무도 물건을 훔치지 않았고, 우리의 우정은 여전히 견고함을 확인했다.리스트 밖에서 만난 눅진한 달콤함
계획에는 없었지만 무작정 찾아간 골목 끝에서 만난 '육원'은 신세계였다. 끈적하고 달콤한 갈색 소스가 혀끝에 닿는 순간, 쫄깃한 피와 짭조름한 속재료가 어우러져 9월의 공기를 완성했다. 이후 들른 수삼림 농장의 낙우송 길에서는 거울 같은 호수에 비친 나무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잔디밭에 누워 28도의 온기와 친구의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하늘을 보았다.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그곳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돌아온 티미오스 인 1층 바에서 무료 커피의 쌉싸름한 향을 맡으며 짠 다음 날의 무계획은 이번 여행의 가장 완벽한 설계였다.창밖으로 보이는 9월의 하늘이 적당히 높고 푸르렀다.
- 불이방의 단황소는 갓 나왔을 때보다 살짝 식었을 때 더 바삭하니 추천한다.
- 물병 하나를 챙겨 호텔 내부의 초록 식물들을 세며 천천히 복도를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