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는 순간, 묵직한 벨벳 커튼 사이로 유럽풍의 화려함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벽면을 수놓은 금색 장식들이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고, 발끝에 닿는 카펫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두툼했다.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는 그 고요함 속에 잠시 멈춰 섰다. "여긴 정말 다른 세상 같네." 나지막이 읊조리며 구석의 스탠드를 켰다. 노란색과 주황색 사이, 눅눅하면서도 따뜻한 빛이 방 안을 채우자 일상의 소음들이 아득히 멀어졌다. 바구아산에서 보았던 월영등제의 화려한 빛들이 이 방의 금빛 장식들과 겹쳐 보였다. 이 낯선 이질감이 오히려 나를 현실에서 분리해 안심시켰고, 나는 이 연극 같은 공간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2월의 창화는 생각보다 매서웠다. 덜덜 떨리던 어깨가 따뜻한 실내 공기와 맞닿자마자 팽팽하게 조여있던 긴장이 툭 끊어졌다. 화려한 금색 장식이나 낯선 문양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침대 위에 빳빳하게 펴진 하얀 시트와 가지런한 수건,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춥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뿐이었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마신 목구아우유의 쌉싸름한 끝맛이 여전히 혀끝에 남아 있었고, 육원의 쫄깃한 식감이 떠올라 입안에 작은 온기가 돌았다. 문이 닫히고 오직 우리 둘만 남았다는 사실이, 그 어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이곳은 나에게 환상이 아닌, 완벽한 은신처였다.
함께 잠긴 온도의 기억
우리가 동시에 기억하는 것은 이디에 모텔의 깊은 SPA 욕조 속에서 보낸 시간이다. 버튼 하나에 솟아오른 자잘한 거품들이 피부를 간지럽혔고, 뜨거운 물은 뼈마디까지 스며들어 여행의 피로를 녹여냈다. 밖에는 서늘한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욕조 안은 완벽한 온실이었다. 거품이 톡톡 터지는 소리와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닿는 맑은 소리까지 들릴 만큼, 우리는 함께 침묵하며 무용한 시간의 흐름을 즐겼다. 그 온기는 바구아산의 추위 속에서 맞잡았던 손바닥의 온기와 닮아 있었다.
창가에 놓인 찻잔에서 가느다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 바구아산 월영등제의 빛을 즐긴 후 이디에 모텔의 SPA에서 하루를 마무리하세요.
- 현지 맛집에서 파는 신선한 목구아우유의 쌉싸름한 끝맛을 꼭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