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바퀴가 젖은 아스팔트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누가 예약을 했는지, 방 번호가 몇 번인지조차 가물가물한 혼돈 속에서 우리는 이디에 모텔의 차고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육중한 셔터가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절되고 오직 우리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만 좁은 차 안에 가득 찼다. 3월의 창화 공기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피부에 미지근하게 달라붙었고, 우리는 누가 먼저 방에 들어갈지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하며 서로의 짐가방을 발로 밀어냈다.
이디에 모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소하고도 위대한 것들
낯섦이 주는 기묘한 안도감. 중동풍의 테마 룸에 들어선 순간, 화려한 금색 장식과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무거운 벨벳 커튼이 우리를 맞이했다. 대만 창화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사막의 궁전에 떨어진 듯한 어처구니없는 설정이었지만, 그 압도적인 낯섦이 오히려 우리를 현실의 긴장에서 해방시켰다. 덕분에 평소라면 쑥스러워 하지 못했을 시시한 농담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미끄러운 비단 같은 휴식. SPA 욕조에 몸을 담그자 탄산수소염천의 매끄러운 물결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덧입힌 듯한 촉감에 우리는 서로의 발가락이 닿을 때마다 자지러지게 웃었다. 욕실 가득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하얀 증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조차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고, 씻고 나왔을 때의 그 보송보송한 해방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바삭함이라는 정직한 위로. 호텔 근처에서 맛본 아삼 육원은 그야말로 정직한 맛이었다. 튀겨진 겉면의 경쾌한 바삭함이 먼저 혀끝을 때리고, 뒤이어 육즙 가득한 부드러운 속살이 씹히는 조화가 일품이었다. 짭조름한 특제 소스가 입안에 퍼지는 순간, 화려한 성찬은 아니더라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작은 맛 하나가 여행자의 허기와 마음을 동시에 채워주었다.
빛의 각도가 만드는 침묵. 팔괘산 대불 풍경구에서 마주한 월영 등불 축제는 3월의 보랏빛 저녁 하늘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줄지어 선 로디 말 모양의 등불들이 은은한 빛을 내뿜는 풍경 속에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친구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빛나는 것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획표의 빈칸을 채운 가장 달콤한 무용함
가장 좋았던 건 리스트에도, 계획에도 없던 찰나의 순간들이었다. 부이팡에서 사 온 에그요크 페이스트리를 하얀 침대 위에 무심하게 쏟아놓고 나눠 먹던 시간.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끝에 남아 있었고,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한 팥소와 짭짤한 노른자가 혀끝에서 부드럽게 섞였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낮은 웅웅거림을 내뱉는 에어컨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자동차 경적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메웠다.
넓은 침대에 대자로 뻗어 천장의 화려한 장식을 멍하니 구경했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유일하고도 거대한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마음속의 조급함이 씻겨 내려갔다. 무언가를 더 보러 가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그저 푹신한 매트리스의 감촉에 몸을 맡기는 것. 친구의 고른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무용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치 있었다고 생각했다. 젖은 머리카락이 베개에 닿는 서늘한 느낌과 입안에 남은 달콤한 잔향, 그것만으로도 3월의 창화는 충분히 다정했다.
흰 시트 위에 흩어진 빵가루, 그 조각들이 우리의 웃음소리를 닮아 있었다.
- 아삼 육원은 대기 줄이 길지만, 그 바삭한 첫 입을 위해 기꺼이 기다릴 가치가 있다.
- 팔괘산 등불 축제는 해 질 녘의 보랏빛 하늘과 어우러질 때 가장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