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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을 깨우는 알싸한 생강의 온기

묘리현의 1월은 생각보다 훨씬 시렸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짙은 녹음조차 겨울의 냉기에 짓눌려 창백해 보였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강차 한 잔이었다. 컵을 감싸 쥔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가 얼어붙었던 감각을 하나둘 깨웠다. 한 모금 머금자 혀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이 먼저 지나가고, 곧이어 묵직하고 깊은 달콤함이 입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쌌다. "와, 진짜 따뜻하다." 나지막이 내뱉은 말 끝에 하얀 입김이 섞여 나왔다.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 생강차의 온기에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대신 각자의 컵 속에 일렁이는 갈색 액체를 응시했다. 그 짧은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비로소 도착했다는 안도감이었다. 무거운 겨울 외투의 단추를 풀고 어깨를 짓누르던 털 뭉치를 내려놓자, 비로소 가벼운 공기가 우리 사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숲의 숨결과 레몬 버베나가 빚어낸 정적

객실 문을 여는 순간, 상큼한 레몬 버베나 향이 훅 끼쳐 왔다. 인위적인 방향제 냄새가 아니라, 창밖 숲의 눅눅한 흙 내음과 절묘하게 섞인 청량한 향이었다. 우리가 머문 럭셔리 더블룸은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정갈한 공간이었다. 커다란 창 너머로는 1월의 산등성이가 보였고, 낮은 구름과 안개가 나무들 사이를 유영하며 느릿한 춤을 추고 있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매끄러운 대리석으로 빚어진 커다란 더블 풀이었다. 손끝으로 대리석의 차가운 표면을 쓸어보았을 때, 이내 뜨거운 물이 채워지며 뽀얀 김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정적을 적당한 밀도로 채워주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한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예술 전시관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후의 낮은 햇살이 먼지 입자와 함께 공중에 부유하고, 낡은 유럽식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자 어디선가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오래된 서양 팝송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지독한 취향이 겹겹이 쌓인 공간. 우리는 작품의 의미를 분석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안온함에 몸을 맡겼을 뿐이다. 숲의 정적, 낡은 노래,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고른 숨소리.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물결 속에 녹아든 우리만의 무색무취한 시간

다시 방으로 돌아와 온천물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끄러운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마치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온몸에 얇게 바른 것처럼 매끄러웠다. 뜨거운 물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근육의 긴장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어주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창밖의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 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 온도, 딱 좋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툭 내뱉은 말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거나 '더 사랑하자'는 식의 거창한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공유하는 온도가 적당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일이 때로는 서툴고 느렸지만, 이렇게 함께 젖어 있는 시간만큼은 우리의 리듬이 정확히 일치했다. 물속에서 손끝이 살짝 맞닿았다. 누구 하나 먼저 떼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1월의 추위가 창문 너머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이곳의 온도는 우리를 충분히 보호해주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따뜻한 물속에 누워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다면, 이번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 과장 없이, 정직하게 따뜻한 시간. 나는 이런 무색무취의 평온함이 좋다.

안개는 결국 산 전체를 덮었고, 우리는 그 속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 묘리 시내의 강기구기에서 얇은 피의 훈툰과 육원을 꼭 맛보길 권한다.
  • 체크아웃 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차 공간에서 숲의 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셔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