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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하게 다려진 긴장의 시간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일이 아직은 조금 어색했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나는 내 셔츠의 맨 윗단추가 너무 꽉 조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단순한 옷감의 압박이 아니라, 낯선 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초입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라는 이름의 단추였다. 로비에는 묵직한 유럽식 소파가 놓여 있었고, 공기 중에는 오래된 나무의 향과 은은한 디퓨저 향이 섞여 흘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서양 고전 음악은 공간의 정적을 메웠지만, 우리 사이의 침묵까지 지워내지는 못했다. 너는 낮은 목소리로 이 공간이 꽤 근사하다고 말하며 벽에 걸린 예술 작품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누군가 정성껏 가꾼 정원과 갤러리의 풍경을 빌려 서로의 빈칸을 채우고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처럼, 우리의 관계 역시 아직은 구김 하나 없이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정갈한 거리감이 싫지만은 않은, 아주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빗소리에 섞여드는 느린 호흡

객실로 향하는 복도는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고요한 전이 지대였다. 6월의 오후 소나기가 지붕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마치 우리의 심장 박동을 조금씩 늦추는 메트로놈처럼 느껴졌다. 열린 틈 사이로 비에 젖은 흙내음과 짙은 숲의 풀 향기가 습하게 스며들어 복도 끝까지 이어졌다. 걷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다. 어느 순간 너의 어깨가 내 팔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찰나의 접촉이었지만, 그 온기는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슬며시 풀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우리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복도의 적막을 채웠다. 공기는 눅눅했지만, 그 습함이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밀어붙이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으로의 리듬을 옮겨가고 있었다.

오직 우리만이 허락된 온도의 방

방 문을 열자마자 레몬 버베나의 상큼하고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럭셔리 룸의 중심에는 커다란 대리석 쌍욕조가 자리 잡고 있었고, 차가운 대리석의 질감과 대비되는 따뜻한 온천수가 찰랑거리며 하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욕조에 몸을 담갔다. 물의 온도는 피부의 긴장을 단숨에 녹여낼 만큼 적당했다. 특히 이곳의 온천수는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것처럼 미끄러운 촉감이 전해져,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각질까지 모두 벗겨내는 기분이었다. 너는 물속에서 내 손등을 가만히 덮었다. 그 온도가 좋아서, 나는 처음으로 이 여행의 목적지가 이곳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조에서 나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등에 닿자 기분 좋은 전율이 일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굳이 무언가 말해서 이 완벽한 정적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평소 6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고 싶어 하는 나의 강박적인 습관이, 이곳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휴식이 되었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된 순간이었다. 너의 숨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고, 나는 비로소 셔츠의 모든 단추를 풀고 완전히 이완되었다. 더 이상 숨길 것도, 꾸밀 것도 없는 완전한 무장해제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초록의 파도가 밀려오는 창가

창가에 서서 타이안의 깊은 산세를 바라보았다. 6월의 산은 지독할 정도로 선명한 초록색이었고, 그 색채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우리를 압도했다.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흰 안개가 마치 느린 호흡을 내뱉는 거대한 짐승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그 풍경을 관찰했다. 너는 안개가 구름처럼 보인다고 했고, 나는 그냥 젖은 솜 같다고 답했다. 정답이 없는 대화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공유하며 작게 웃었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누군가는 치열하게 살아가겠지만, 이 방 안의 시간만큼은 아주 느리게, 혹은 완전히 멈춰 있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좋은 풍경을 보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함께 숨 쉬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사이의 틈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설렘이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방울이 맺힌 창문에 서로의 이름을 아주 작게 적어보았다.

  • 묘리 시내의 '강기구기'에서 쫄깃한 완탕과 육원을 꼭 맛보길 권한다.
  • 날씨가 맑은 밤에는 호텔 옥상에 올라가 쏟아질 듯한 별들을 함께 바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