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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 그려진 정적과 온기

문을 여는 순간, 9월의 묘리 산세가 거대한 캔버스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짙은 녹음의 끝자락이 조금씩 바래가는 풍경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비밀스러운 숲에 도착했다는 신호 같았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럭셔리 더블룸은 직선의 정갈함과 곡선의 부드러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황색 대리석으로 빚어진 커다란 쌍욕조였다. 손끝에 닿는 돌의 서늘한 질감이 방 안의 정적과 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고, 창밖 산등성이에 낮게 깔린 안개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하얗게 지워버린 듯했다. "정말 조용하다." 나지막이 뱉은 말조차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묵직하게 머물렀다. 로비의 예술 전시관에서 들었던 클래식 선율의 잔향이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고, 낡은 가죽 소파의 묵직한 촉감과 은은한 간접 조명이 마음의 소란을 차분히 고요해지혀 주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빛은 먼지 한 톨까지 예술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바닥의 온기가 적당해 팽팽했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욕실에서 배어 나오는 상큼한 레몬 버베나 향이었다. 코끝을 스치는 청량한 향기에 도심에서 짓눌려 있던 숨통이 비로소 트이는 기분이었다. 욕조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자, 쏴아 하는 물소리가 방 안의 무거운 정적을 천천히 밀어내며 공간을 채웠다. 이곳의 탄산수소염천은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미끄럽고 매끄러운 촉감을 선사했다.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자, 9월의 서늘한 산 공기가 피부 표면에서 기분 좋게 흩어지며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딱 좋은 온도야." 혼잣말을 내뱉으며 눈을 감으니, 포근한 침구의 감촉과 레몬 향이 겹쳐지며 온몸의 근육이 느슨하게 풀렸다.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진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저 이 온기 속에 잠겨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모든 목적을 이룬 것 같았다. 물결이 찰랑일 때마다 마음의 찌꺼기까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초록의 물결 속에서 나눈 침묵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것은 竹美山閣 藝術園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다실에서의 시간이다. 대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사귀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이지 않은 리듬으로 공간을 채웠다. 거친 듯 부드러운 다다미의 질감을 느끼며 마주 앉은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대신, 창밖으로 일렁이는 초록의 물결을 함께 응시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차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찻물 위에 띄워진 작은 찻잎의 움직임을 쫓았다. 누군가 말을 꺼내려다 멈춘 찰나의 순간들이 몇 번 있었지만 그 빈틈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신뢰와 편안함으로 채워졌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9월 산 공기의 서늘한 끝맛. 그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말 없는 평화를 공유했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했던, 우리만의 고요한 정거장이었다.

옥상 위로 쏟아질 듯 촘촘하게 박힌 별들이 밤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 대리석 쌍욕조의 냉온 비율을 세밀하게 조절해 나만의 최적 온도를 찾아보길 권한다.
  • 체크아웃 전, 가장 높은 다실에서 대나무 숲이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에 귀 기울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