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回到 竹美山閣 藝術園區

정적을 깨우는 소란스러운 환대

차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이 팝콘처럼 튀어 나갔다. 그 뒤를 무거운 캐리어들이 덜컹거리며 뒤따랐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로비는 정갈한 동양적 선의 미학이 흐르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이 발을 들이는 순간 그 고요함은 산산조각 났다. 매끄러운 바닥을 긁는 바퀴 소리가 높은 천장을 타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고, 로비에 은은하게 퍼져 있던 침향 냄새는 아이들의 들뜬 숨소리와 뒤섞였다. "와, 여기 진짜 넓다!" 첫째의 외침과 함께 아이들은 전시된 조각품 사이를 누볐고, 둘째는 데스크 위 작은 장식품에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했다. 안내 직원의 온화한 미소 너머로 '오늘 손님들은 정말 활기차구나'라는 무언의 깨달음이 읽혔다. 짐을 풀러 가는 복도에서도 아이들의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무질서한 소음이 오히려 이 공간의 지나친 정적을 적당히 중화시켜 주어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질서 없는 소란함이야말로 우리 가족이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리듬이었다.

4월의 눈꽃과 아이들의 무용한 발견

방을 나서자 4월의 묘리는 온통 순백의 세상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통화꽃이 바람에 흩날렸고, 아이들은 "엄마, 눈이 내려요!"라며 환호했다. 논리적인 계절감보다는 눈앞의 경이로움에 충실한 아이들의 시선. 둘째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하얀 꽃잎 하나가 마치 작은 요정처럼 보였다. 나는 그것을 떼어내 주는 대신, 아이의 세계에 잠시 머무는 그 작은 조각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묵직한 유럽식 소파의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오래된 고전 음악이 공기를 채웠다. 아이들은 명화의 구도나 작가의 의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소파의 푹신함에 몸을 던져 낄낄거렸고, 조각상의 기묘한 표정을 그대로 흉내 내며 자신들만의 예술 놀이에 빠져들었다. 내 방식이 관조였다면 아이들의 방식은 온몸으로 부딪히는 유희였다. 대나무 숲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차 공간에서, 아이들은 찻잔 속 찻잎이 천천히 고요해지는 모양을 한참이나 관찰했다. 어른의 눈에는 무용한 시간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계획에 없던 길을 걷고, 거친 나무껍질을 만지며 숲의 숨결을 들이마셨다.

대리석 욕조에서 마주한 완전한 고독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폭풍이 지나간 자리의 고요가 찾아왔다. 이제야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자랑인 대리석 욕조에 뜨거운 온천수를 받았다. 처음 닿은 대리석의 서늘함은 곧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함께 뜨거운 온기로 바뀌었다.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피부를 감싸는 물의 질감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웠다.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입은 듯한 미끈거림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창밖으로는 묘리의 깊은 숲 전망이 펼쳐졌고, 짙은 밤안개가 산허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레몬 버베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가 적막을 메웠다. '아, 이제야 숨이 쉬어지네.' 젖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달라붙는 느낌과 서서히 붉어지는 피부의 열기, 그리고 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 이 모든 것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일 때는 외면하고 있었던 나만의 감각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충분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오직 나만을 위한 밀도 높은 밤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마음속에 남은 조각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떠나기 싫다며 침대 끝을 꼭 붙잡았다. 평소라면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두었다. 나 역시 이 느슨한 공기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다. 짐을 챙겨 내려오는 길, 들어올 때의 소란함은 여전했지만 나가는 길의 공기는 훨씬 다정하게 느껴졌다. 차에 오르기 전 뒤를 돌아보니 산등성이에 걸린 하얀 꽃들이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곳에서 잠시 눕고, 먹고, 씻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옷가지에 묻은 하얀 꽃잎 조각들을 보며 생각했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목적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여행일지도 모른다고. 묘리의 산길을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어느새 다시 잠들었다. 참으로 다정한 여행이었다.

  • 묘리 시내의 강기구기에 들러 70년 전통의 완탕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육원을 맛보길 추천한다.
  •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 묘리 곳곳에 흩날리는 순백의 통화꽃 길을 천천히 걷는 경험을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