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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와 짐가방, 그리고 사랑스러운 소란

8월의 묘리는 마치 거대한 습기 덩어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눅눅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산세는 짙은 초록색 물감을 쏟아부은 듯 강렬했고, 공기는 금방이라도 비가 되어 내릴 듯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竹美山閣 藝術園區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차가 오를 때마다 창밖의 안개가 우리를 집어삼킬 듯 다가왔다. 뒷좌석에서 둘째가 맑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빠, 온천수는 땅속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나는 명쾌한 대답 대신, 창밖의 몽환적인 안개를 가리키며 함께 상상해 보자고 말했다.

정차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계획에 없던 변수였다. 첫째는 끝까지 자신의 짐을 직접 들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결국 빗물에 젖은 옷가지와 가방들이 현관 앞에 엉킨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쌓였다. 아이들은 로비의 정적인 분위기를 읽지 못한 채, 높은 천장 아래를 나비처럼 뛰어다녔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내 신발 끝에는 빗물이 튀어 있었고,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는 고요한 공간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그 무질서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진짜 묘미가 아닐까.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일상의 긴장이 빗소리와 함께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발견한 숲속의 미술관

우리는 빽빽하게 짜인 일정표 대신, 아이들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술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세련된 작품이 아니라 푹신한 유럽식 소파였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에 몸을 던지듯 누워, 공간을 채우는 나지막한 서양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림과 조각상 사이를 누비는 아이들의 눈에는 이곳이 엄숙한 미술관이 아니라, 숨겨진 보물을 찾는 거대한 놀이터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와, 이 조각상은 꼭 잠자는 거북이 같아!"라는 아이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찻집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번에는 대나무 숲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곳은 단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창밖으로는 구름과 안개가 겹겹이 쌓인 산맥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둘째는 찻잔 속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찻잎의 움직임을 마치 마법이라도 보는 듯 한참이나 관찰했다. 예술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다, 그저 좋은 소리를 듣고 예쁜 것을 보는 행위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충만함이었으리라. 숲의 깊은 숨결과 느린 호흡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더 오래 맞추게 되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이 고요한 숲의 일부가 되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 곳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비단결 같은 온천수와 깊어가는 밤의 정적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 방 안에 고요한 숨소리만 남은 밤, 비로소 어른들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저녁으로 맛본 흑마늘 닭탕의 진한 풍미가 여전히 입안에 맴돌았다. 뜨거운 국물과 알싸한 마늘의 조화는 8월의 산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한기를 단숨에 지워내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객실 내에 마련된 대리석 욕조로 향했다. 이곳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온천수는 타이안 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솟아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피부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그 매끄러움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탄산수소염천의 물은 마치 투명한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것처럼 부드럽게 감겨왔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낮 동안 아이들과 씨름하며 쌓였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욕실 가득 은은하게 퍼지는 레몬 버베나 향의 세정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고, 산의 실루엣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적당한 온도의 물결이 피부를 어루만질 때마다, 엉켜 있던 마음의 선들이 매끄럽게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저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완전한 적막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숲의 향기를 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둘째는 찻집에서 들었던 대나무 숲의 속삭임이 계속 듣고 싶다며 내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짐을 챙겨 나오는 길, 어제보다 맑아진 하늘 아래로 숲의 짙은 흙 내음과 풀 향기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어느새 지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의 옷 끝에는 여전히 희미한 레몬 버베나 향이 남아 있었다. 완벽하게 짜인 계획은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빗줄기와 아이들의 소란함, 그리고 피부를 감싸던 미끄러운 온천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곳에 두고 온 것이 아니라, 일상을 견딜 수 있는 작은 평온을 가득 채워 돌아왔다. 다시 이곳의 안개 속에 몸을 맡길 날을 기약하며, 나는 백미러 속의 평온한 아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흑마늘 닭탕은 반드시 맛볼 것. 진한 국물이 산속의 서늘함을 지워주고 기력을 보충해 준다.
  • 시간이 된다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대나무 숲이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를 가만히 감상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