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어깨 위에 하얀 통화 꽃잎 하나가 내려앉아 있었다.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4월의 묘리는 온 세상이 하얀 가루를 뿌려놓은 듯 몽환적이었다.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 竹美山閣 藝術園區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는 눅눅한 숲의 내음과 낮은 웃음소리가 섞여 들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투덜거릴지 내기를 했지만, 정작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시내의 '강기구기'로 차를 돌렸다. 70년 전통이라는 완탕과 고기완자, 그리고 수정교자를 잔뜩 샀다. 비닐봉지 속에서 온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물처럼 품고 다시 산 위로 올라왔다. 럭셔리한 예술촌의 밤에 어울리지 않는, 기름진 냄새가 풍기는 봉투 하나를 들고서.
젓가락 끝에서 피어난 무용한 대화들
"야, 너 아까 배 안 고프다며. 그 말 믿고 메뉴 적게 시킬 뻔했잖아."
침대 위에 신문지를 넓게 펴고, 그 위에 플라스틱 용기들을 늘어놓았다. 방 안에는 레몬 버베나 향의 어메니티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천장의 노란 조명은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원래 여행지에서는 배가 안 고픈 법이야. 근데 이 완탕 국물의 진한 육수 냄새를 맡으니까 갑자기 위장이 깨어나더라고."
"진짜 웃기네. 이 호텔, 대리석으로 만든 쌍둥이 욕조가 있대. 냉탕이랑 온탕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지금 여기서 식어버린 완탕을 먹고 있어. 이 괴리감, 정말 좋지 않니?"
"그러게. 1층 갤러리에서 들었던 그 낡은 서양 노래들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 유럽식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그림을 감상하던 우리가 지금은 침대 위에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현대 예술 아니겠어?"
우리는 수정교자의 쫄깃한 식감과 죽순이 들어간 달콤한 소스의 맛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대단한 인생의 진리를 논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일 아침에 누가 먼저 일어날지에 대한 무용한 논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철학적 담론보다 밀도가 높았다. 화려한 예술 공간 속에 던져진 소박한 음식들, 그리고 그보다 더 소박한 우리들의 수다.
그릇이 비워진 뒤의 투명한 정적
음식이 사라지고 나자 대화도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욕조로 향했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대리석 욕조에 몸을 담그자,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것 같은 미끄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탄산수소염천의 물은 적당히 따뜻했고, 창밖으로는 묘리의 산등성이에 걸린 옅은 안개가 숲의 실루엣을 지우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예술 전시관의 정적과는 다른, 아주 사적인 정적이었다. 60%의 힘만 쓰며 살기로 한 나의 다짐이 이곳의 고요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 굳이 무언가를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따뜻한 물속에 누워 숲의 숨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충분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등을 감쌌다. 친구들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4월의 밤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방 안의 온기는 포근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고,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가장 소박한 야식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는 방식이니까.
달빛이 창가에 머물다 천천히 물러갔다.
- 강기구기의 완탕과 고기완자 조합: 식어도 맛있는 묘리의 소울푸드입니다.
- 현지 찻집의 우롱차: 기름진 야식 뒤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