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시작은 유치한 내기였다. 누가 가장 먼저 짐을 빠뜨릴 것인가. 결과는 참담했다. 셋 다 보조 배터리를 챙기지 않았다. F HOTEL 三義館 로비의 은은한 조명 아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꺼진 스마트폰의 검은 화면을 함께 바라보았다. 정적 속에 누군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이내 전염되어 로비를 가득 채웠다. 엉킨 실타래를 억지로 풀기보다 그냥 흐르는 대로 두기로 한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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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구기의 훈툰은 입술이 데일 만큼 뜨거웠다. 얇은 피 속에 갇혀 있던 진한 육즙이 입안에서 팡 터지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친구들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짭조름한 국물 맛이 9월의 서늘한 바람과 묘하게 어우러졌고, 배가 차오르자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음마저 기분 좋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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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계획 없는 모험의 묘미지." 누군가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는 승흥역으로 가는 길을 세 번이나 잘못 들었다. 지도가 없으니 발길 닿는 대로 걸었고, 신발 밑창에 닿는 거친 흙길의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풀 내음이 오히려 반가웠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 때마다 서로를 탓하며 투덜거렸지만, 사실은 그 막막함이 주는 해방감이 좋았다. 길 끝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를 들꽃은 어떤 명소보다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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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빌린 유바이크 2.0을 타고 달렸다. 친구 하나가 유독 작은 사이즈의 자전거를 배정받았는데, 페달을 밟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아이 같았다. 체인이 덜컹거리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무릎이 핸들에 닿을 듯 말 듯 위태롭게 균형을 잡는 그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한참을 낄낄거렸다. 그 우스꽝스러운 실루엣은 이번 여행의 가장 선명한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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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묘리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폐 끝까지 서늘하고 맑은 기운이 전달되어 머릿속이 투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은 적당히 차가웠고,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연한 금빛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공기의 무게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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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HOTEL 三義館의 객실은 정갈한 휴식처였다. 바스락거리는 고급 다운 침구 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포근한 온기가 전신을 감쌌다. 특히 매끄러운 석조 일식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 몸을 담갔을 때, 낮 동안 쌓인 피로가 물결을 타고 씻겨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돌의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에 취해,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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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텅 단교의 끊어진 다리 위에 섰다. 계획했던 하이킹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저 다리 끝에 걸터앉아 먼 산의 능선을 바라보았다. 거친 벽돌의 질감이 손끝에 닿았고, 끊어진 다리 사이로 세차게 부는 바람이 귓가를 때렸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끊어져 있어도 괜찮다는 묘한 위로가 밀려왔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고요한 풍경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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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여전히 보조 배터리는 없었지만 더 이상 상관없었다. 적당히 헤매고, 적당히 배불리 먹고, 충분히 깊은 잠을 잤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든든했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 근사한 여행이었다. 다시 이곳의 서늘한 바람이 그리워질 것 같다.
창가에 놓인 식은 커피와 옅은 가을 햇살.
- 강지구기의 훈툰과 고기완자는 꼭 드셔보세요. 정말 든든합니다.
- F HOTEL 三義館의 석조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