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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할래? 이번에도 누구 하나는 충전기 빼먹었을걸"

"내기할래? 이번에도 누구 하나는 충전기 빼먹었을걸." 지훈이 짐 가방을 거칠게 뒤적이며 낄낄거렸다. 가방 속에서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나왔고, 방 안에는 여행자의 피로가 섞인 눅눅한 공기가 감돌았다. "말도 마, 내 가방에 이미 세 개나 들어있어. 너희들 칠칠치 못한 꼴을 내가 어떻게 믿냐?" "와, 성인군자 나셨네! 아주 그냥 우리 집 집사라도 된 줄 알겠어." 우리는 이미 침대에 대자로 뻗어 코까지 골기 시작한 민수를 보며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이게 진짜 여행이지. 계획대로 안 돼서 더 웃긴 거."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 틀렸네. 늦은 건 우리가 아니라 기차였으니까!" 서로의 멍청한 선택들을 깎아내리며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을 타고 흩어졌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였지만, 그 틈새를 채운 공기는 더없이 달콤했다.

소란함이 머물다 간 자리의 온기

F HOTEL 三義館/苗栗住宿/勝興火車站/龍騰斷橋/親子友善/商務住宿/寵物友善의 객실은 소란스러운 우리 셋의 에너지를 충분히 품어낼 만큼 넉넉하고 아늑했다. 현관을 들어서며 느낀 은은한 나무 향과 정돈된 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특히 몸을 감싸는 고품격 구스 침구의 묵직한 포근함은 압권이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는 순간, 적당한 무게감의 솜이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마치 거대한 구름 속에 파묻혀 부유하는 듯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 공간의 정점은 단연 석조 일식 욕조였다. 12월의 묘리는 피부가 바짝 마를 정도로 건조한 공기가 감돌아 코끝이 찡했다. 하지만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담그면, 차갑게 굳어 있던 근육들이 서서히 풀리며 나른한 쾌감이 전신을 훑었다. 거친 돌의 질감이 등에 닿았다가 이내 미끄러운 물결로 변하는 감각은 마치 깊은 산속 비밀스러운 온천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욕실 덕분에 밖으로 나왔을 때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뽀송함이 쾌적함을 더했다.

창밖으로는 겨울 특유의 낮고 길게 늘어진 햇살이 방 안 깊숙이 스며들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들조차 금빛 입자로 빛나게 했다. 18도 정도의 적당한 기온,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 미묘한 경계에서 우리는 호텔의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삼의역 주변을 느릿하게 누볐다. 걷는 것보다 조금 더 게으른 선택이었지만, 그 게으름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핵심이었다. 방 안의 공기는 정돈되어 있었고, 우리가 남긴 소란함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더 바랄 게 없는, 완벽한 휴식의 조각이었다.

새벽 두 시, 낮은 목소리들의 기록

"야, 너네 내년에 또 올 거야?" 민수가 스탠드의 노란 불빛 아래, 어둠이 내려앉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낮의 활기는 사라지고, 방 안에는 낮은 숨소리와 간헐적인 시계 초침 소리만이 남았다. "글쎄, 그냥 좋았으니까. 다시 와도 좋겠지." "나쁘지 않았어.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냥 여기 누워있는 거였던 것 같아." "맞아. 억지로 의미 찾으려고 온 거 아니잖아."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지만, 그것은 어색함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편안한 무게였다. 낮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는 진심 어린 낮은 목소리들만 남았다. "그냥 좋았어. 다 같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어서." "그러게. 가끔은 이런 무용한 시간이 제일 필요하더라."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허공을 보며 말했지만, 공기를 타고 흐르는 온도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억지로 힘내라는 상투적인 위로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냥 좋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밤이었다.

찻잔 속에 남은 온기가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밤이었다.

  • 강기구기의 훈툰과 육원, 그리고 달콤한 죽순 볶음의 맛을 기억할 것.
  • 용등단교의 부서진 철길을 따라 12월의 건조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