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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다리를 건너 닿은 낯선 정적

원수이강의 거센 물줄기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곳으로 향하는 출렁이는 현수교 위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보폭을 맞췄다. 묘리현의 1월 찬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옷깃을 여몄고, 발밑에서 전해지는 다리의 미세한 진동은 일상의 소란함을 털어내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로비에 들어서자 낮게 고요해지은 조명과 건조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체크인을 위해 나란히 선 우리의 사이에는 아직 도시에서 가져온 어색한 리듬이 남아 있었다. 짐 가방의 바퀴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가끔 시선이 마주칠 때면 짧은 미소 뒤로 서둘러 정면을 응시했다. 손바닥에 닿은 금속 열쇠의 차가운 무게감만이 우리가 이제 공적인 세계를 벗어나 오직 둘만의 사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덜어내는 마음의 속도

객실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까지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갈 때마다, 구두 굽 소리는 사라지고 호텔 슬리퍼의 푹신한 질감이 발바닥을 감싸 안았다. 숨이 조금씩 가빠질수록 역설적으로 마음의 속도는 느려졌다. 복도 끝에서부터 은은하게 풍겨오는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물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우리는 더 이상 억지로 대화를 채우려 하지 않았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밀도 높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기분 좋게 내려앉았다.

온기와 수증기 속에 오직 우리만 남겨진 시간

방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따뜻한 공기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를 마중 나왔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풍스러운 객실의 분위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연마석 욕조였다. 차가워 보이는 돌의 표면과 달리, 그 안에 가득 채워진 온천수는 다정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몸을 담그는 순간,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끄러운 촉감이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좋다..."라는 짧은 혼잣말이 수증기 속에 흩어졌다. 뿌연 안개 같은 수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무방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저녁으로 마주한 철갑상어 전골은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의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고, 부드럽게 풀어지는 생선 살의 식감은 지친 몸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김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이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7피트의 넉넉한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과 함께 완전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사실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이 주는 고요한 안락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온전히 스며들었다.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세상의 느린 호흡

창밖으로는 태안 온천 마을의 1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새벽녘의 물안개가 산허리를 낮게 감싸 안은 모습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물다 햇살이 닿으면 아주 천천히, 아주 느리게 흩어질 뿐이었다. 우리는 창가에 나란히 기대어 그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누군가는 치열하게 살아가겠지만, 적어도 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공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비로소 자연의 속도에 발을 맞춘 것이리라. 밖은 시리도록 춥고 건조했지만, 서로의 온기가 닿는 이곳은 더없이 포근했다. 굳이 무언가가 되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맑은 햇살이 쏟아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웃었다.

  • 청안 두부 거리에서 갓 만든 따뜻하고 고소한 두부 요리를 맛보길 추천한다.
  • 시간이 된다면 산이의 목공예 박물관이나 룽텅 단교의 고요한 숲길을 걸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