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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돌과 뜨거운 침묵

방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정갈하게 정돈된 넓은 침대와 그 곁을 지키는 무채색의 풍경이었다. 박석 더블룸이라는 이름처럼, 방 안에는 가공되지 않은 회색빛 돌들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천연석 욕조의 표면은 매끄럽기보다 투박한 요철이 느껴졌고, 그 서늘한 촉감이 손끝에 닿았다. 수도꼭지를 틀자 묵직한 물줄기가 쏟아지며 규칙적인 파동을 만들어냈다. 차가운 돌의 표면에 뜨거운 물이 닿는 순간, '치익' 하는 낮은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발끝부터 종아리, 그리고 허리까지 서서히 차오르는 온기는 마치 아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소설의 페이지 같았다. 턱끝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 비로소 이 공간의 습도와 온도가 내 피부에 완전히 밀착되었음을 느꼈다. 적당한 온도, 그리고 완벽한 고요. 그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초록의 숨결과 흐릿한 미소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 온 것은 숲의 진한 내음이 섞인 눅눅하고 따뜻한 공기였다.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고요한 복도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창밖으로 펼쳐진 짙은 초록의 파노라마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함께 온 이가 침대 위에 가방을 툭 던져놓는 무심한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욕조 앞에 나란히 섰다. 회색빛 돌 욕조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고, 그 너머로 상대의 얼굴이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 도시의 소음으로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어깨 근육이 한순간에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일렁이는 물결을 통해 서로의 체온이 은근하게 전달되었다. 좁은 욕조 안에서 무릎이 살짝 맞닿았을 때 우리는 동시에 짧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욕실의 타일 벽에 부딪혀 기분 좋게 공명했다.

우리가 함께 기록한 계절

호텔로 들어오는 길, 묘리의 4월은 온통 순백의 세상이었다. 통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길을 걸으며 우리는 그것을 '4월의 눈'이라 불렀다. 24도의 포근한 온기 속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느 순간 상대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꽃잎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내 머리카락에 붙은 조각을 털어주던 그 작은 손길. 그 찰나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같은 속도로 걷고 있다는 안도감을 공유했다. 저녁으로 맛본 철갑상어 전골의 진하고 눅진한 국물과 강기구기에서 먹은 담백한 완탕의 기억 역시 선명하다. 거창한 계획이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꽃이 피어 있었고, 물이 따뜻했으며, 음식이 맛있었다는 단순한 사실들이 모여 우리의 여행이 되었다.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야외 탕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때, 정적조차 쾌적한 휴식이 되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비누 향이 좋았다.

  • 강기구기의 완탕과 쫄깃한 로우위안은 꼭 맛보길 권한다.
  • 밤에는 야외 온천탕에서 숲의 정적을 느끼며 산책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