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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여름의 묘리, 왜 굳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곳까지 왔을까?

6월의 묘리는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물방울 같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눅눅하고 무거워, 숨을 쉴 때마다 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는 세상을 온통 회색빛으로 덮어버리지만, I Sky Villa의 포치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만은 오히려 맑아진다. 비가 내릴수록 산의 초록은 더욱 짙은 농도로 타오르고, 씻겨 내려간 흙내음과 젖은 풀향기가 섞여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곳에는 대형 리조트 특유의 매끈하고 차가운 세련미는 없다. 대신 누군가의 간절한 꿈이 깃든 집만이 가진 뭉근한 온기가 흐른다. 주인 부부가 직접 설계하고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곳이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낯선 이방인에게도 한없이 관대하다. 아이들이 복도에서 조금 소란을 피우거나 포치에서 빗물을 튀기며 깔깔거려도, 그 모든 소음이 풍경의 일부가 되는 마법 같은 곳이다.

'꼭 어디를 가야 할까?'라는 강박이 사라졌다. 정해진 일정표 대신 비가 오면 비를 보고, 바람이 불면 바람의 결을 느끼는 시간.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특별한 경험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조바심이 빗줄기에 씻겨 내려갔다. 그저 함께 젖고, 함께 말리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충분했다. 대단한 목적지가 없어도 좋았다. I Sky Villa라는 안식처에 머무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완벽한 여행의 목적지가 되었으니까.

아이의 작은 눈에 비친 세상, 가장 마음을 뺏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침 식탁 위에 놓인 망고의 강렬한 노란색이 기억난다. 6월의 망고는 지나치게 달콤해서,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진득한 과즙이 아이의 입가와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라면 서둘러 닦아주었겠지만, 그날은 그냥 두었다. 아이는 망고의 달콤함에 취해 눈을 가늘게 뜨고 배시시 웃었고, 그 천진난만한 표정은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일군 밭에서 수확했다는 식재료들은 화려한 플레이팅은 없었지만, 갓 딴 채소 특유의 아삭함과 정직한 생명력이 살아 있었다. 평소라면 질색하며 밀어냈을 초록색 채소들을 아이는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흙에서 온 정직한 맛이 아이의 닫혀 있던 입맛을 깨운 모양이었다.

숙소 주변을 감싸 안은 녹나무와 유자나무 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하고 상큼한 향기를 실어 날랐다. 아이는 마당을 가로지르는 나비를 쫓아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내 옷자락을 살며시 잡으며 "엄마, 저기 새가 노래하고 있어!"라고 속삭였다. 어른들의 무뎌진 감각으로는 놓치고 지나갔을 작은 디테일들을 아이는 정확하게 포착해냈다.

주인 부부의 다정한 미소와 마당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생명들. 아이에게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놀이터였다. 값비싼 장난감이나 화려한 테마파크의 기계음보다, 발밑의 보드라운 흙과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이 훨씬 더 흥미로운 모험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눈에 비친 I Sky Villa는 매 순간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는 신비로운 탐험지였다.

짐을 꾸려 떠나는 길, 가슴 속에 끝내 남겨질 기억은 무엇일까?

'아이 룸'에 놓여 있던 커다란 나무 침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182cm x 186cm라는 넉넉한 크기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은 생각보다 컸다. 맞춤 제작된 원목 프레임의 묵직한 질감과 그 위에 펼쳐진 면 침구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감촉. 습한 여름날, 뽀송뽀송하게 잘 말려진 시트 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을 때의 그 쾌적함은 일상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내 주었다.

낮 동안의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침대에 누우면, 멀리서 들려오는 올빼미의 낮은 울음소리가 적막을 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간이 아주 천천히,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완전히 소멸한 상태. 그저 온전하게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며 다시 마주한 마당은 여전히 눈부신 초록색이었다. 비가 그친 뒤의 투명한 햇살이 나뭇잎 끝에 맺힌 물방울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주는 지독한 안온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도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고 싶을 것 같다. 그것은 나쁘지 않은, 아니 꽤 근사한 휴식이었다.

빗방울을 머금은 초록 잎사귀 하나가 발등 위로 툭, 떨어졌다.

  • 조교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천천히 걸으며 묘리의 여름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제철 과일과 채소로 차려진 정갈한 아침 식사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