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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안개 너머로 피어오르는 온기

묘리의 2월 아침은 옅은 안개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시작된다. 창문을 열면 피부에 닿는 공기가 빳빳하고 서늘해,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깨운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주인장이 정성스레 끓여낸 쌀죽의 구수한 냄새가 낮게 깔려 있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 한 그릇이 주는 온도는 지친 속을 다정하게 달래주는 위로와 같다. 그때, 숟가락을 든 둘째가 뜬금없이 묻는다. "아빠, 딸기는 왜 이렇게 빨개요?" 옆에서 첫째는 이미 입가에 하얀 죽을 묻힌 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동조한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이미 아침부터 과잉 상태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경쾌한 달그락 소리와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나는 이 무질서한 소란함을 가만히 관찰하며 생각한다. '이 소란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생생한 생동감이 아닐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이제 세상에서 가장 붉은 보석을 찾아 나설 시간이다.

14:00, 나른한 정적이 흐르는 하얀 섬

딸기 따기 체험은 생각보다 치열한 노동이었다. 허리를 깊숙이 숙여 잎사귀 사이에 숨은 가장 붉은 놈을 골라내는 일. 아이들은 누가 더 많이 따나 경쟁하듯 바구니를 채웠고, 내 손끝에는 눅눅한 흙먼지와 달콤하고 끈적한 과즙이 엉겨 붙었다. 泉銘行館-苗栗大湖採草莓園/休閒農場/民宿/住宿/休閒農場 人氣推薦觀光 採草莓一日遊 草莓醬/草莓酒 親子活動/手做DIY 國旅卡特約 大湖酒莊附近 熱門好評推薦 PTT Dcard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넓은 침대로 다이빙했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객실의 침대는 생각보다 훨씬 광활했다. 아이 셋과 어른 둘이 서로의 팔다리를 엉킨 채 누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시간일지 모르나, 여행지에서 누리는 가장 사치스러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이다. 천장의 은은한 무늬를 세고,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밖은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두꺼운 이불 속은 마치 작은 동굴처럼 포근하다. 이 적당한 나른함과 무용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0, 물결 속에 녹아내리는 하루의 긴장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욕실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았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거울을 하얗게 덮어 세상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작은 전쟁을 치르느라 여념이 없다. 찰팍거리는 물방울이 타일 바닥으로 튀고, 몽실몽실한 비누 거품이 아이들의 코끝에 하얗게 맺힌다. 나는 그 천진난만한 광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담근다.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는 순간,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근육들이 스르르 느슨하게 풀린다. 물의 온도는 정확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마음을 놓게 만드는 적당함. 첫째가 거품으로 우스꽝스러운 수염을 만들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저 소리 없이 웃어주었다. 거창한 대화는 필요 없다. 따뜻한 물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샴푸 향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루의 피로가 물결 속에 녹아내리는 시간이다.

22:00, 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발코니의 고요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방 안에는 이제 규칙적인 숨소리와 낮은 시계 초침 소리만 남았다. 나는 가벼운 슬리퍼를 신고 발코니로 나갔다. 2월의 밤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를 스치지만, 오히려 그 서늘함이 몽롱했던 정신을 맑게 깨운다. 눈앞에는 짙은 어둠에 잠긴 딸기 농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낮에는 강렬한 붉은색으로 일렁였던 공간이, 이제는 깊은 푸른색과 검은색의 경계가 되어 고요히 숨 쉬고 있다. 아내와 나란히 서서 아무 말 없이 먼 산의 완만한 능선을 바라본다. 삶은 대단한 성취나 화려한 이벤트보다, 이런 작은 정적의 순간들이 모여 유지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아이들이 다시 깨어나 집안을 소란스럽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다시 그 사랑스러운 무질서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차가운 밤공기와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찻잔의 대비가 주는 안락함이 너무나 소중하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아니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이 밤하늘의 별처럼 내려앉는다.

흰 시트 위에 떨어진 작은 딸기 한 조각이 붉은 흔적을 남긴 채 말라가고 있었다.

  • 2월의 묘리는 밤낮으로 쌀쌀하니, 아이들을 위해 가벼운 경량 패딩이나 가디건을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 泉銘行館의 넓은 침대를 충분히 활용해, 일정 중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낮잠 시간'을 꼭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