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시트. 빳빳하게 잘 펴진 면의 서늘한 촉감과 은은한 세제 향이 감돌던 곳. 하지만 곧 과자 부스러기가 흩뿌려지고 짐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가 먼저 잠드나 내기하자"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새벽 세 시까지 인생의 의미 같은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우리의 소란스러운 밤을 이 시트는 기억한다. 구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그날의 유치한 열정을 증명하고 있었다.
욕조. 몽글몽글한 거품과 뜨거운 김이 가득해 시야가 흐릿했던 공간. 물 온도를 두고 10분 넘게 "너무 뜨겁다", "아니다, 미지근하다"며 유치한 설전을 벌였다. 결국 모두가 들어가 삶은 감자처럼 멍하니 앉아 있던 그 기묘한 정적의 시간을 이 욕조는 알고 있다. 찰랑이는 물결이 잔잔해질 때쯤에야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존재를 편안하게 받아들였고, 욕조는 그 온기를 묵묵히 품어주었다.
커튼. 얇은 천 너머로 스며드는 새벽의 서늘한 기운과 옅은 빛의 조화. 아침 6시, 대후의 정직한 햇살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 때 우리는 그것을 거칠게 걷어냈다.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빛 딸기밭의 싱그러운 풍경을 보며 "너무 일찍 일어났다"고 동시에 투덜거렸지만, 누구 하나 방을 나가자고 재촉하지 않았던 그 짧고도 진한 유대감을 이 천 조각은 지켜봤다.
조식 그릇. 묵직한 사기그릇의 질감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구수한 죽의 향기. 평소라면 서로 한 입만 더 달라고 투닥거렸을 텐데,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침묵하며 따뜻한 죽을 떠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온기 속에서 우리가 나눴던 그 드문 정적과 서로에 대한 무언의 애정을 이 그릇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그릇을 감싸 쥔 손끝에서 전해지던 안도감까지도.
슬리퍼. 흙먼지가 묻어 꼬질꼬질해진 바닥면과 가벼운 플라스틱의 감촉. 딸기밭으로 향하던 길, 누군가 유독 빨갛게 익은 딸기를 잡으려다 슬리퍼 한 짝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어디 가!"라고 소리치며 배를 잡고 웃었던, 흙냄새 가득한 그 엉뚱한 순간을 이 신발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바닥에 닿는 흙의 서늘함과 함께 터져 나왔던 순수한 웃음소리가 여전히 배어 있는 듯했다.
이 방의 가구들이 입을 연다면
예약 확인서에 적힌 '泉銘行館-苗栗大湖採草莓園/休閒農場/民宿/住宿/休閒農場 人氣推薦觀光 採草莓一日遊 草莓醬/草莓酒 親子活動/手做DIY 國旅卡特約 大湖酒莊附近 熱門好評推薦 PTT Dcard'라는 끝도 없이 긴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은 그저 포근한 시골집 같았다. 만약 이 방의 벽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우리를 '이번 달 가장 시끄러운 불청객들'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소리를 질러서가 아니라, 서로를 툭툭 건드리는 웃음소리가 벽지 구석구석까지 눅눅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어른스러운 척을 했다. 하지만 발코니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흙 내음을 맡으며 넓은 침대에 몸을 던진 순간, 우리는 다시 열 살 아이들이 되었다. "야, 저 딸기가 더 큰 것 같지 않아?" 같은 사소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효율적인 일정표를 짜는 시간보다 어떤 딸기가 더 달콤할지 토론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완벽한 시간 낭비였지만, 그래서 더없이 행복했다. 10월의 공기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우리의 게으름을 정당화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냥 여기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듣고, 창밖의 초록색 풍경에 시선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기분이었다.
10월의 투명한 햇살이 발등 위에 잠시 머물다 갔다.
- 주인장이 정성껏 끓여낸 달콤한 수제 딸기잼을 꼭 챙겨 먹어볼 것.
- 숙소 근처의 소박한 우육면 집에서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즐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