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을 마치고 처음 마주한 것은 정성스레 우려낸 따뜻한 차 한 잔이었다. 옅은 금빛을 띤 찻물에서는 묘리의 깊은 산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은은한 단맛이 났다. 62번 국도의 굽이진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오며 쌓인 피로가, 혀끝에 닿은 이 작은 달콤함 한 모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5월의 눅눅한 공기는 차의 온기에 밀려 조금씩 자리를 내주었다. "생각보다 훨씬 달콤하네." 나지막한 내 혼잣말에 상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 말없이 찻잔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느꼈다. 찻잔이 받침대에 부딪히는 가벼운 달그락 소리가 우리 사이의 짧은 정적을 다정하게 메우고 있었다. 이 옅은 단맛이 입안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곳의 시간이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느리고 너그럽게 흐를 것임을 직감했다.
비단결 같은 물결과 나무의 숨결
차의 여운을 안고 들어선 日出溫泉渡假飯店의 객실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묵직한 나무 기둥들이 공간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고 있었다. 창밖으로 흔들리는 야자수 잎의 짙은 초록색이 방 안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마치 숲속의 비밀스러운 은신처에 들어온 듯한 안도감이 들었다. 바닥에 놓인 나무 나막신을 신었을 때 발바닥에 닿는 서늘하고 단단한 감촉은 몽롱했던 정신을 맑게 깨웠다. 가장 기대했던 42도의 탄산수소염천, 이른바 '미인탕'에 몸을 담그자 피부에 닿는 물의 질감이 생경했다. 미끄러운 비단 한 겹을 온몸에 얇게 바른 듯한 매끄러움이었다. 물속에서 팔을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투명한 물결이 피부를 부드럽게 밀어냈고, 창밖 웬수이 계곡의 낮은 물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습도 78%의 눅눅한 5월 공기와 뜨거운 온천수의 이질적인 조화 속에서, 나는 비로소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아주었다. 욕실의 차가운 타일 온도와 뜨거운 온천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내뱉은 깊은 숨은, 日出溫泉渡假飯店이 주는 완벽한 휴식의 증거였다.
온도의 공유, 마음의 거리
우리는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온기를 나누었다. 평소라면 조금은 어색했을 그 좁은 간격이, 미끄러운 온천수 속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결의 통로가 되었다. 물결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기에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저 같은 온도 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때, 숲 너머로 원숭이 한 마리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우리는 동시에 숨을 멈췄다. 3초 정도의 짧은 정적이 흐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낮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엉뚱한 시선 덕분에 우리를 감싸고 있던 묘한 긴장감은 한결 가벼워졌고,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보며 활짝 웃었다. 저녁 식사로 마주한 고구마 죽의 포근한 질감과 담백한 두부의 맛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직했다. "이 죽, 정말 따뜻하다."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나눈 짧은 말 한마디 속에, 거창한 고백보다 더 진한 온도가 스며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리듬에 조금씩 발을 맞추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물기 어린 손을 맞잡고, 우리는 다시 천천히 숲을 걸었다.
- 묘리 강지구의 훈툰과 루로우판을 곁들인 정갈한 현지 식사.
- 5월의 숲속에서 조용히 반딧불이를 찾아보는 밤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