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둘째가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물었다. "아빠, 여기 인도네시아예요?" 묘리현 태안의 깊은 산세 속에 발리풍의 이국적인 건축물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는 풍경은 실로 묘했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야자수 잎의 소리와 지붕의 유려한 곡선이 대만의 산악 지형과 어우러져 묘한 이질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생경함은 오히려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켰다. 3월의 햇살은 비스듬한 각도로 내려앉아 호텔 주변의 초록빛 풀밭을 더욱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日出溫泉渡假飯店 로비의 화려한 장식물들을 보며 한참을 서성이는 아이들의 눈에는 이곳이 거대한 보물섬이나 놀이터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천진하게 뛰어다니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짐을 풀었다.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이 아주 느릿하게 흐르는 것을 보며, 나는 비로소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정지된 시간 속으로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원수계의 낮은 웅성거림과 아이들의 투명한 웃음소리
방 안까지 낮게 깔려 들어오는 원수계의 물소리는 마치 거대한 자연이 내뱉는 일정한 숨소리 같았다. 그 정적인 배경음 위로 아이들의 높은 목소리가 겹쳐지며 생동감을 더했다. 브이아이피 4인실에 마련된 두 개의 욕조를 두고, 누가 더 넓은 곳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첫째와 둘째 사이에 귀여운 전쟁이 벌어졌다. 평소라면 소란스럽다며 나무랐겠지만, 이곳에서는 그 소란함조차 여행이 주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스파 센터로 향하는 길목마다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는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특히 2층 스파 구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물줄기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릴 때면, 그 소리가 복도 끝까지 맑게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소음들의 층위 사이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완벽한 정적보다는 이런 적당한 소란함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물소리와 아이들의 외침, 그리고 직원들의 낮은 대화 소리가 섞여 이곳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피부를 감싸는 비단 한 겹의 온기와 서늘한 공기의 대비
태안 온천의 탄산수소염천은 피부에 닿는 첫 느낌부터 남달랐다. 日出溫泉渡假飯店의 온천수에 손을 담그는 순간, 미끄러운 질감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마치 피부 위에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정성스럽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움이었다. 42도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로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둘째는 물이 너무 미끄럽다며 신기한 듯 자신의 팔을 계속 문질러 보았고, 온천수 덕분에 아이의 피부는 평소보다 더 보들보들하게 빛났다. 노천탕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고개를 드니, 3월의 서늘한 공기가 뺨에 닿아 기분 좋은 전율을 일으켰다. 뜨거운 물속에 잠긴 몸과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폐의 감각. 그 명확한 대비가 정신을 맑게 깨워주었다. 욕조 바닥의 매끄러운 타일 촉감과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따뜻한 물의 흐름을 느끼며, 나는 비로소 완전한 휴식의 상태에 도달했다.
고구마 죽의 은은한 단맛이 건네는 소박한 위로
호텔 내 식당에서 마주한 아침 식사 메뉴 중 고구마 죽은 이번 여행의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화려한 기교나 강렬한 맛은 없었지만,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3월의 서늘한 아침 공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곁들여 나온 두부와 짭조름한 두부루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죽의 맛을 풍성하게 잡아주었다. 첫째는 처음엔 고구마 죽이 너무 달다며 투덜거렸지만, 결국 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깨끗이 비워냈다. 나는 천천히 죽을 씹으며 창밖으로 펼쳐진 겹겹의 산세를 바라보았다. 자극적인 맛이 배제된 소박한 음식들이 오히려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주는 기분이었다. 현지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요리들 앞에서 아이들은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채소 요리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입가에 죽을 묻힌 채 환하게 웃는 둘째의 얼굴. 거창한 만찬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같은 맛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한구석이 꽉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꼈다.
젖은 흙의 숨결과 온천수의 묵직한 잔향
호텔 주변을 감싸 안은 3월의 공기는 기분 좋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습함은 끈적임이 아니라, 마치 포근한 담요처럼 온몸을 감싸는 안락함에 가까웠다. 숲속의 젖은 흙 냄새와 이름 모를 야생 풀잎의 싱그러운 향기가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온천탕에 들어서면 특유의 묵직하고 차분한 물 냄새가 났다. 자극적이지 않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약알칼리성 온천수만이 가질 수 있는 정갈한 향기였다. 욕실에 가지런히 놓인 수건에서는 빳빳하게 말려진 세제 향이 났고, 씻고 나온 아이들의 포근한 살 냄새가 온천수의 향기와 섞여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오래된 나무 향기는 요동치던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3월의 묘리는 아직 통화꽃이 만개하기 전이었지만, 공기 속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다는 은밀한 신호가 섞여 있었다. 젖은 옷가지에서 나는 물 냄새와 따뜻한 차 한 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의 향기. 그 단순하고 소박한 향기들이 모여 이번 여행의 지도를 완성하고 있었다.
젖은 슬리퍼 네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 탄산수소염천의 미끄러운 촉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노천탕에서 서늘한 공기를 함께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 조식으로 나오는 고구마 죽과 두부의 조합은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