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진짜 오리 같아!" 지훈이 낄낄거리며 내 발끝을 가리켰다. 삐걱거리는 나무 신발 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뭐? 너야말로 지금 펭귄이잖아!" 내가 맞받아치자 옆에서 민수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이 딱딱한 걸 신으라고 했냐고. 발가락 사이로 1월의 찬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데?" "이게 바로 묘리의 감성이라는 거야, 이 멍청아!" 우리는 서로의 꼴을 비웃으며, 뺨을 스치는 날카로운 겨울 공기를 유치한 농담과 웃음소리로 메워나갔다. 누가 먼저 신발을 벗어 던질지 내기를 했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 투박한 나무 소리에 리듬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
산맥의 품에 안긴 이국적인 안식처
日出溫泉渡假飯店는 묘한 경계에 놓인 공간이다. 대만 묘리의 깊은 산세 속에 뜬금없이 발리풍의 건축물들이 흩어져 있어, 마치 낯선 섬에 표류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입구의 야자수 잎들이 서늘한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면, 이곳이 겨울의 묘리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하지만 뺨을 스치는 17도의 서늘한 공기가 빠르게 현실을 일깨운다. 방 안에는 은은한 나무 향과 온천 특유의 옅은 유황 냄새가 섞여 돌아,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우리가 묵은 더블 스위트 룸은 포근한 솜사탕처럼 몸을 깊게 감싸 안는 침대가 인상적이었다.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누우면 그대로 바닥과 하나가 될 것 같은 안락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방의 진짜 주인공은 욕조 속에 있었다. 42도의 탄산수소염천, 이른바 '미인탕'이라 불리는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덧씌운 듯 미끄러운 감촉이 온몸을 감싼다. 무색무취의 투명한 물이 모공 하나하나를 매끄럽게 메우는 느낌은 마치 피부가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는 웬수이 계곡의 물줄기가 은빛 실타래처럼 흐르고, 산허리를 감싼 옅은 안개가 세상의 소음을 적당히 가려주었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콧등에 닿는 차가운 공기의 온도 차이를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2층 스파 센터의 강한 수압이 뭉친 어깨를 때릴 때면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 압력이 주는 쾌적함에 몸을 맡겼다. 야외 수영장의 푸른 물결이 산 그림자를 머금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곳이 주는 완벽한 고립에 기꺼이 투항했다. 누워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日出溫泉渡假飯店는 최적의 장소였다.
별빛 아래 낮게 흐르는 진심
"내일 진짜 가야 돼?" 민수가 야외 라운지 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나지막이 물었다. 머리 위로는 1월의 투명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가야지. 월요일이잖아." 내 대답에 지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월요일 같은 건 없다고 치자. 그냥 여기서 계속 누워 있으면 안 될까."
낮 동안의 소란스러운 농담들은 사라지고, 적당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따뜻하게 채웠다. 간간이 불어오는 밤바람이 온천욕으로 달궈진 피부를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온천욕을 마친 피부는 보들보들했고, 몸속 깊은 곳까지 묵직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나쁘지 않네, 여기." "그러게. 그냥 좋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물과 적당한 온도, 그리고 곁에 있는 친구들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뽀얀 수증기 너머로 서로의 멍한 얼굴을 마주하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 조식으로 나오는 고소한 두부와 달큰한 고구마죽을 천천히 음미해 볼 것.
- 계곡 주변에 핀 매화 가지를 따라 나무 신발 소리를 내며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