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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고 말한 건 누구였을까

62번 도로의 끝까지 가보겠다고 우겼다. 228 연휴의 인파를 뚫고 도착한 곳은 묘리의 깊은 산속에 뜬금없이 자리 잡은 발리였다. 日出溫泉渡假飯店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야자수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대만의 험준한 산세와 발리의 이국적인 건축이 만난 풍경은 묘하게 어긋나 있었고, 그 부조화가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낮 동안 마조 순례 행렬을 따라 걷느라 발바닥은 욱신거렸고, 몸은 눅눅한 습기에 젖어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짐을 풀었을 때, 누군가 나지막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 아마도 가장 먼저 한계에 다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강지구기에서 포장해 온 완탕과 고기완자를 식탁 위에 늘어놓았다. 3월의 산공기는 서늘했고,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깔려 아늑했다. 눅눅한 종이봉투 사이로 배어 나온 짭조름한 간장 냄새가 순식간에 방 안을 채웠다. 누구의 제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은 성찬을 시작했다.

입술 끝에 맴도는 무용한 진심들

"야, 여기 물 진짜 이상해. 피부가 너무 미끈거려."

친구가 자신의 팔을 문지르며 신기한 듯 말했다. 탄산수소염천, 이른바 미인탕이라고 했다. 42도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왔을 때의 감각은 선명했다.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움이었다.

"미인탕이라며. 너 이제 진짜 미인 되는 거야?"

나의 짓궂은 말에 친구가 육즙 가득한 고기완자를 씹으며 헛웃음을 쳤다.

"미인은 무슨. 그냥 잘 삶아진 만두가 된 기분인데."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낄낄거렸다.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 반드시 길을 잃을 거라고 내기를 했었는데, 결과는 우리 모두가 길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묘리의 짙은 숲속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헤매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계획에 없던 작은 찻집을 발견했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을 보았다.

"솔직히 이번 계획, 완전히 엉망이었잖아."

"알아. 근데 그래서 더 좋았어."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탕의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긴장을 녹였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우정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3월의 밤은 깊었고, 우리는 더 많은 무용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내일 아침에 먹을 고구마 죽과 두부루가 벌써 기다려진다는 사소한 기대 같은 것들 말이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빈 그릇과 기분 좋은 정적이 남았다. 우리는 日出溫泉渡假飯店에서 준비해 준 나무 나막신으로 갈아 신었다. 딱딱한 나무 바닥을 딛는 '탁, 탁' 소리가 복도 끝까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516호실의 반야외 욕조에서 보았던 풍경이 생각났다. 원숭이 한 마리가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낯선 정적 속에 함께 머물렀다.

방으로 돌아와 넓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창밖으로는 묘리의 산등성이가 어렴풋한 실루엣으로 보였다. 4월이면 저 산들이 하얀 오동나무 꽃으로 덮일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저 기다림의 계절이다.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순간이 왔다. 미끈거리는 피부의 감촉과 적당한 포만감,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고른 숨소리. 이것으로 충분했다.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었다.

물안개가 산허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 강지구기의 육즙 가득한 고기완자와 뜨끈한 완탕 조합을 추천합니다.
  •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달콤한 고구마 죽과 짭조름한 두부루를 꼭 맛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