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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끝에 머문 투박한 온기

나무 바가지. 물에 젖어 짙은 고동색으로 물든 표면에는 세월의 결이 거칠게 살아 있다. 손바닥에 닿는 서늘하면서도 단단한 나무의 촉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옅은 편백 향이 섞인 습한 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욕조 가장자리에 무심하게 툭 놓인 그 투박한 모양새가 이곳의 고요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수증기 너머로 오간 낮은 숨소리

"너무 뜨거워?" 내가 조심스레 묻자, 상대는 뜨거운 열기에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대답했다. "아니, 딱 좋아. 정말 적당해."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욕조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시야를 뿌옇게 흐렸고, 그 너머로 상대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바가지로 물을 한 번 끼얹을 때마다 찰랑이는 맑은 소리가 욕실의 정적을 부드럽게 채웠다.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세밀하게 확인하며, 마치 아주 천천히 스며드는 물감처럼 그 따뜻한 공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매끄러운 물결이 가르쳐준 삶의 속도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에서의 시간은 그 바가지에 담긴 물처럼 매끄럽게 흘러갔다. 이곳의 온천수는 독특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비단처럼 부드러웠는데,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성질 덕분인지 물속에서 손을 움직일 때마다 얇은 막 하나를 두른 듯한 묘한 미끄러움이 느껴졌다. 씻고 난 뒤에도 그 감촉은 피부 위에 오래도록 머물며, 일상의 긴장을 씻어낸 자리를 다정하게 채워주었다. 10월의 묘리는 더없이 다정했다. 기온은 25도 안팎. 덥지도 춥지도 않아 가벼운 셔츠 한 장만 걸치고 나와도 충분한 날씨였다. 공관 교차로에서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마주친 선선한 바람은, 역설적으로 온천의 뜨거운 온기를 더욱 선명하고 소중하게 각인시켰다.

점심에 들렀던 강기구기에서 맛본 완탕의 기억도 그 미끄러운 물결 속에 함께 섞여 있다. 얇은 만두피 속에 꽉 찬 육즙과 담백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온도는, 특별한 미식의 경험이라기보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함께였기에 완성된 완벽한 맛이었다. 객실로 돌아와 몸을 뉘었을 때, 적당한 탄력을 가진 매트리스가 지친 몸을 포근하게 받쳐주었다. 창밖으로는 묘리의 산세가 낮은 파도처럼 겹겹이 깔려 있었다. 우리는 각자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다가,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창밖을 보았다. 어떤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같은 풍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공기 중에 잔잔하게 퍼졌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새로운 발견이나 성장의 계기가 되겠지만, 나에게 이번 여행은 그저 '나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70퍼센트의 힘만 쓰며 천천히 걷고, 좋은 것을 보았을 때 그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에서의 시간은 딱 그 정도의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물의 온도, 바람의 결,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 그 모든 것이 적당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오는 길, 손끝에는 여전히 온천수의 미끄러운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보다는, 이곳의 온도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이렇게 단단한 기억의 층을 이룬다는 것은 꽤 근사한 일이다.

물기가 남은 발바닥이 마룻바닥에 닿는 쫀득한 소리.

  • 공관 교차로 인근이라 접근성이 좋으니, 강기구기에서 완탕을 포장해 객실에서 즐겨보길 권한다.
  • 미인탕의 매끄러운 수질을 온전히 느끼려면, 대중탕보다 객실 내 전용 욕조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