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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기 오자고 했지?"

"여길 오자고 한 게 누구였지? 다시 한번 말해봐." 지훈이 젖은 머리를 털며 짐짓 엄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너잖아! 내가 기억하기론 네가 여기 초록색이 많아서 힐링 된다고 노래를 불렀어." 민지가 낄낄거리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초록색? 이건 그냥 정글인데. 길 들어올 때부터 뭔가 수상했다고 생각했어."
"수상하면 뭐. 온천 있잖아. 그거면 모든 게 용서되는 거 아니야?"
"그치,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면 내 멍청한 선택까지 다 씻겨 내려가겠지."
우리는 서로의 탓을 하며 유쾌한 소란을 피웠다. 5월의 묘리는 눅눅했다. 공기 중에 물기가 가득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었고, 숲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짙은 흙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젖은 옷의 묵직함이 어깨를 눌렀지만, 우리는 그 불편함마저 여행의 일부라며 웃어넘겼다.

수증기 속에 가려진 낡은 안심

자동차 매장을 지나 급하게 꺾어 들어온 소로에는 5월의 무거운 공기가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회색빛 하늘,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천둥소리가 팔뚝의 솜털을 세우는 서늘한 긴장감을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의 로비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방의 문을 열자 오래된 나무의 묵직한 향과 습기가 섞인 특유의 냄새가 났다. 바닥을 밟으면 아주 미세하게 푹 꺼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낯선 감촉이 오히려 최신식 호텔의 매끄러운 대리석보다 더 깊은 안심을 주었다. 적당히 헐거워진 공간이 주는 위로 같은 것이었다.

이곳의 핵심은 방마다 딸린 독립 욕조였다. 수도꼭지를 틀자 투명한 물이 쏟아졌고, 강한 수압의 스파 제트가 어깨의 뭉친 근육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미인탕이라 불리는 이곳의 온천수는 색도 향도 없었지만, 피부에 닿는 순간 그 정체를 드러냈다. 비단 한 겹을 아주 얇게 펴 바른 것처럼 미끄러웠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의 촉감이 생경하면서도 매끄러웠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낮 동안의 소란함이 하얀 수증기와 함께 천장으로 흩어졌다.

창밖으로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 정원 산책로가 보였고, 그 길을 따라 배치된 기묘한 조형 예술품들이 숲의 일부가 된 채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백합꽃의 진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 때, 우리는 젖은 수건의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바스락거리는 침구의 감촉과 천장의 작은 얼룩이 마치 우리가 가본 적 없는 어느 먼 나라의 지도처럼 보였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과, 적당히 낡은 방,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만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의 가치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6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는 여행. 그것이 우리가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에서 누린 유일한 사치였다.

낮은 목소리가 머무는 밤

"내일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직 물 흐르는 소리와 먼 숲의 벌레 소리만 남은 밤이었다.
"글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겠지."
"난 운 같은 거 안 믿어. 노력한 만큼 얻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여기선 왠지 믿고 싶네. 노력 없이도 그냥 주어지는 행운 같은 거."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들이 옅은 수증기 사이로 흩어졌다. 적당한 온도의 침묵 속에 머물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내일의 계획 같은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물 온도가 좋았고, 옆에 있는 사람이 좋았을 뿐이다. 누워 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묵혀두었던 진심들이 온천수의 열기에 녹아 천천히 흘러나왔다.

산의 젖은 냄새가 꽤 좋았다.

  • 공관의 특산물인 홍조와 달콤한 선초 디저트를 곁들인 식사를 추천한다.
  • 강기구기의 쫄깃한 완탕과 육즙 가득한 고기완자는 놓치기 아까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