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말한 '비밀스러운 지름길'이 정말 이거였어?"
"지름길 맞는데, 그냥 조금 길게 돌아가는 지름길인 거지. 원래 모험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
"모험은 무슨. 지금 습도 80퍼센트라고. 내 티셔츠가 이미 내 몸이랑 한 몸이 됐어. 거의 문신 수준이야!"
"그래도 봐, 공기는 좋잖아. 짙은 나무 냄새 나고."
"나무 냄새가 아니라 내 땀 냄새겠지. 진짜 엉망진창이다, 이번 여행!"
"근데 왠지 이게 우리답지 않냐? 낄낄!"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놀려대며 눅눅한 공기 속을 걸었다. 8월의 묘리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공기는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젖은 수건처럼 끈적였다. 하지만 그 엉망진창인 기분이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수증기가 메운 무용한 공간의 위로
주차장에서 객실로 걸어가는 짧은 길, 8월의 묘리는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비가 그친 뒤의 아스팔트에서는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흙내음이 올라왔다.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의 객실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예상 밖의 넉넉한 공간감이었다. 이곳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곳이다. 벽지의 모서리는 약간 닳아 있고, 바닥을 밟을 때마다 미세하게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긴장을 해제시켰다. 정교하게 설계된 럭셔리 호텔보다, 누군가의 온기가 오랫동안 배어 있는 커다란 시골집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이 방의 주인공은 단연 객실 내에 마련된 전용 욕조였다. 수도꼭지를 돌리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뜨거운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의 물은 '미인탕'이라 불리는 탄산수소염천이다. 손끝을 살짝 담갔을 때 느껴지는 촉감은 생경했다. 단순히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피부 위에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덧입힌 것처럼 미끄러웠다. 물속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으면, 낮 동안의 습한 더위와 끈적임이 씻겨 내려가고 그 자리를 묵직한 온기가 채운다. 수증기가 방 안을 천천히 메우기 시작하고, 시야가 뿌예질 때쯤 비로소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났다.
욕조에서 나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매트리스는 적당히 푹신해서 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으면, 에어컨의 규칙적인 기계음과 창밖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묘하게 섞여 들렸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평범함이 주는 안도감이 컸다. 굳이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60퍼센트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겠다는 나의 전략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과 투박하지만 정성 어린 환대가 기억의 한구석에 따뜻하게 남았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뽀송한 시트 위에 누워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밤의 농도가 짙어질 때 흐르는 진심
"야, 너 아까 온천탕에서 거의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표정이 진짜 가관이었어."
"조용히 해. 그게 바로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으니까."
"목적이 그냥 누워 있는 거였다고? 너 진짜 답 없다. 여기까지 와서 잠만 자냐."
"원래 무용한 게 제일 즐거운 법이야. 안 그래?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여기 생각보다 괜찮다. 물도 좋고."
"그치? 나쁘지 않아. 그냥 딱 좋아."
낮의 소란함이 고요해지은 방 안,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거창한 미래나 심오한 고민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내일 무엇을 먹을지, 아까 본 그 숲의 색깔이 얼마나 짙었는지 같은 시시한 것들. 하지만 그 시시함이 우리를 단단하게 연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8월의 밤은 길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낭비하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창밖으로 8월의 짙은 초록색 숲이 어둠 속에 고요히 머물러 있었다.
- 묘리 지역의 특산물인 대추 디저트를 곁들여 달콤한 휴식을 즐겨보세요.
- 체크인 전, 인근의 유명한 완탕 가게에서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