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키가 맞물리는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옅은 베이지색의 파도였다. 커튼과 카펫, 벽지까지 온통 부드러운 색조로 통일되어 있어, 마치 거대한 우유 거품 속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 들었다. 오후의 햇살이 얇은 커튼을 투과해 방 안으로 스며들며, 모든 가구의 모서리를 뭉툭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레 방 한가운데 놓인 6피트짜리 거대한 침대로 향했다. 성인 두 사람이 누워도 한참이 남을 법한 그 광활함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캐리어 바퀴가 카펫 위를 구르는 둔탁한 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문에서 침대 머리맡까지 걷는 그 짧은 거리조차 하나의 작은 여정처럼 느껴졌다. 2월의 미아오리는 밖이 꽤 쌀쌀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보드라웠다. 나는 그 넓은 침대 위에 가방을 툭 던져놓았다. 가방이 푹신한 매트리스 속으로 깊게 파묻히는 모양새를 보며 생각했다. 이 무용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일지도 모른다고.
어깨 위로 내려앉은 온기와 안도의 숨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끝을 스치는 포근한 온기였다. 밖에서 으스스하게 불던 겨울바람이 거짓말처럼 차단된 공간. 옆을 보니 당신의 팽팽했던 어깨가 툭, 하고 내려앉아 있었다. 긴장이 풀린 그 뒷모습을 보니 나 역시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거대한 침대를 보고 동시에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선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어." 내 뱉은 말 속에 섞인 안도감이 따뜻한 공기 중에 흩어졌다. 아래층 상점가와 영화관의 소란함이 아득하게 멀어지며, 오직 우리만의 시간이 시작됨을 알렸다. 손끝에 닿은 침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과 갓 세탁한 빨래의 깨끗한 향기가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창밖으로는 미아오리의 2월 안개가 우유빛으로 낮게 깔려 세상의 경계를 지우고 있었다. 온통 하얗게 지워진 풍경 속에서, 이 방만이 유일하게 선명한 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자석에 이끌리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우리를 천천히 집어삼켰고, 더 이상 어디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뜨거운 수압의 감각
우리가 동시에 기억하는 것은 욕조에 가득 채운 뜨거운 물의 묵직한 무게였다. 尚順君樂飯店의 욕실은 수압이 무척 강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어깨를 강하게 때릴 때마다 하루의 피로가 물리적으로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17도의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40도의 물 온도는 피부에 닿는 순간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욕조 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시야를 가렸고, 우리는 그 뿌연 안개 속에서 서로의 낮은 목소리만으로 존재를 확인했다.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수면 아래로 고요해지고 오직 서로의 숨소리만 남는 것 같았다. 피부가 발그레하게 달아오를 때쯤 물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닿자 돋아난 소름 위로 두툼하고 보드라운 가운을 걸쳤다. 그 극명한 온도의 차이가 오히려 우리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지금 이곳에 함께 있음을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나쁘지 않은 온도였다. 아니, 충분했다.
창가에 맺힌 물방울이 느릿하게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 강기구기에서 얇은 피의 완탕과 진한 육수를 꼭 맛보길 권한다.
- 尚順君樂飯店 2층의 알록달록한 바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