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짐과의 치열한 전쟁이다. 커다란 캐리어 두 개와 기저귀 가방, 그리고 어디서 났는지 모를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방 안을 점령하는 순간, 보통의 호텔 객실은 금세 숨 가쁜 창고로 변하곤 한다. 하지만 尚順君樂飯店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드디어 숨을 쉴 수 있겠어.”
객실은 그 모든 소란을 너그럽게 품어낼 만큼 넉넉했다. 침대에서 창가까지 이어지는 거리감은 쾌적했고, 아이들이 거실 한복판에서 작은 경주를 벌여도 누군가의 발가락이 밟힐 걱정이 없었다. 12월의 먀오리는 공기가 제법 건조하고 서늘했다. 로비로 들어설 때 피부를 스치던 18도의 차가운 바람은 호텔의 묵직한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포근하고 눅눅하지 않은 온기로 바뀌었다. 은은한 나무 향과 정돈된 리넨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특히 상순육락세계라는 거대한 복합 단지 속에 호텔이 자리 잡고 있어, 아이들이 지루함에 몸을 비틀 때쯤 바로 옆 쇼핑센터나 테마파크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거창한 이동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무용함이 주는 안도감이 이곳의 진짜 가치였다. 복도에서 내는 아이들의 작은 발소리가 두꺼운 카펫 속으로 부드럽게 흡수되는 것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만큼은 부모라는 긴장감을 내려놓고 조금 더 느슨해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손가락이 그려낸 수증기의 지도, 아이가 가장 사랑한 순간은?
아이는 호텔의 화려한 로비나 다채로운 조식 뷔페보다 욕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의 수압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수도꼭지를 틀자 ‘쏴아’ 하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뜨거운 물이 쏟아졌고, 그 물줄기가 어깨에 닿는 감각이 꽤 강렬했나 보다. 아이는 물결이 닿는 곳마다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그 순수한 소란함 속에 함께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을 때의 묵직한 압력은 하루 종일 걷느라 팽팽하게 당겨졌던 근육을 말랑하게 풀어주었다.
욕실 안은 금세 하얀 김으로 가득 찼다. 마치 하얀 커튼이 내려온 것처럼 뿌옇게 변한 거울을 보며 아이는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정체 모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빠, 이것 봐요! 거울 속에 구름이 생겼어요!” 아이의 외침에 나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것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물 온도가 적당했고, 수압은 시원했으며, 아이의 통통한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젖은 머리카락을 하얀 수건으로 감싸고 방으로 나왔을 때,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와 몸에 남은 뜨거운 온기가 교차하며 기분 좋은 전율을 만들어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뜨거운 물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물결이 만드는 작은 파동을 관찰하는 것. 아이에게는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누워있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나에게도, 아이가 물놀이에 빠져 있던 그 시간만큼은 완벽한 정적과 휴식의 시간이었다. 젖은 발바닥이 마룻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쩍쩍’ 소리마저 경쾌한 리듬처럼 들리는 오후였다.
체크아웃 후에도 마음속에 몽글몽글 남을 기억은 무엇일까
호텔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들렀던 강기구기의 훈툰 맛이 여전히 입안에 맴돈다. 얇은 밀가루 피 속에 갇혀 있던 뜨거운 육즙이 입안에서 톡 터질 때, 12월의 차가운 바람조차 잊게 만드는 온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아이의 코끝은 추위 때문에 빨갛게 익어 있었지만, 입가에는 훈툰 국물의 노란 기름기가 살짝 묻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별말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함께 공유한 온기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가족 여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거창한 깨달음을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맛있는 것을 같이 먹고, 尚順君樂飯店의 넓은 방에서 함께 뒹굴고, 뜨거운 물에 몸을 녹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짐을 다시 쌀 때, 아이가 욕조 근처에서 주워온 작은 조약돌 하나를 가방 구석에 소중히 밀어 넣는 것을 보았다. 어른의 눈에는 무용한 돌멩이일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이번 여행의 가장 빛나는 증거가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먀오리의 겨울 풍경은 무심했지만, 차 안의 공기는 훈툰의 온기처럼 적당히 따뜻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비슷하게 무용한 시간을 보내며 더없이 행복해할 것이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 남은 은은한 비누 향이 여행의 마침표가 되었다.
- 2층의 색채 가득한 바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녹여보길 권한다.
- 호텔 바로 옆 상순 상권의 영화관과 쇼핑몰에서 여유로운 저녁 산책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