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더블 침대: 마시멜로처럼 몸을 깊숙이 빨아들이는 패브릭의 포근함과 은은한 세제 향. 누가 정중앙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15분간의 치열한 영토 전쟁과, 결국 서로의 팔다리가 엉킨 채 코를 골며 잠든 우리의 꼴불견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었을 것이다.
바의 차가운 칵테일 잔: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물방울과 손끝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냉기. 화려한 조명 아래서 어른스러운 척 칵테일을 홀짝이며, 서로의 인생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덤덤하게 털어놓던 우리의 서툰 허세와 씁쓸한 웃음을 기억하고 있다.
강기구기의 낡은 숟가락: 뜨거운 만두 국물에 젖어 반짝이던 묵직한 금속성. 말 한마디 없이 훈툰을 입안 가득 밀어 넣으며 오직 씹는 행위에만 경건하게 집중하던, 그 기묘하고도 평화로운 침묵의 목격자다.
엘리베이터의 은색 버튼: 손가락 끝에 닿는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과 띵 하는 기계음. 우리가 몇 층에 묵고 있었는지 갑자기 잊어버려 서로의 멍청한 얼굴만 쳐다보다 결국 1층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우리의 낮은 지능을 묵묵히 기록했다.
창가의 하얀 시폰 커튼: 5월의 습한 바람에 느릿하게 춤추던 가벼운 천의 질감. 창밖으로 빗줄기가 긋기 시작하자마자 외출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다시 침대로 다이빙하던 우리의 빛보다 빠른 포기와 그 뒤에 찾아온 안도감을 지켜봤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고발한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게으른 집단'이라고 정의할 것이다. 尚順君樂飯店의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을 채운 것은 거창한 여행 계획이 아니라, 서른을 앞둔 성인 세 명이 내뿜는 지독하고도 달콤한 나태함이었다. 5월의 묘리는 공기가 묵직했다. 오후가 되면 멀리서 낮은 천둥소리가 굴러왔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끈적한 설탕물처럼 달라붙었다. 우리는 분명 반딧불이를 보러 가고 백합꽃 향기를 맡겠다고 호기롭게 약속하며 이곳에 왔다. 하지만 빵빵한 에어컨 바람 아래 누워 눅눅한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여행이야, 그냥 집에서 뒹구는 거랑 뭐가 달라?" 누군가 툭 내뱉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눅눅한 날씨를 핑계 삼아 합법적으로 누워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쾌적한지를. 특히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담그고 있을 때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물결 너머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강기구기에서 먹은 훈툰의 육수는 진했고, 얇은 만두피 속에 갇힌 고기즙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졌다. 육원의 달콤 짭조름한 소스가 혀끝에 남았을 때, 우리는 다시 호텔 방이라는 안전한 거품 속으로 돌아와 뒹굴었다. 호텔 밖 유원지의 소란스러운 소음은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아득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갔고, 우리는 그 속에서 비로소 완전한 편안함을 느꼈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 의미 없는 농담, 그리고 끝없는 낮잠. 그것으로 충분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그냥 여기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창밖의 빗소리가 잦아들 무렵,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하품을 했다.
- 강기구기의 훈툰과 육원, 이 환상적인 조합은 반드시 경험해 볼 것.
- 비가 오면 억지로 나가지 말고 호텔 침대 속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만끽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