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색 호텔 슬리퍼: 발꿈치보다 한참 컸던 헐렁한 품, 복도를 걸을 때마다 바닥을 때리는 '턱, 턱'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셋이서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걷는 모습이 마치 서툰 펭귄 무리의 행진 같아, 우리는 서로의 얼굴만 봐도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 대나무 딤섬 찜기: 뚜껑을 여는 순간 뽀얀 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와 시야를 가렸고, 은은한 대나무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마지막 남은 하가우 하나를 두고 누가 더 배고픈지, 누가 더 많이 먹었는지에 대해 벌인 5분간의 치열하고도 유치한 논쟁을 이 찜기는 묵묵히 지켜봤을 것이다.
- 묵직한 암막 커튼: 손끝에 닿는 서늘하고 두툼한 천의 질감이 11월 묘리의 햇살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누군가 잠결에 거칠게 커튼을 걷어 올렸을 때, 창밖으로 펼쳐진 상순 유락세계의 이국적인 전경과 낮게 내려앉은 구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왔다. 그 찰나의 정적이 주는 평온함이 꽤 좋았다.
- 킹사이즈 침대: 강기구기에서 육즙 가득한 완탕과 고기완자를 과하게 섭취하고 기절하듯 뻗어버린 우리의 육중한 무게를 묵묵히 견뎌냈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살결에 닿을 때마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쾌적함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엘리베이터의 층수 버튼: 차가운 금속 표면 위로 누군가 초조하게 연타한 흔적이 역력했다. 2층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달콤한 칵테일과 마카롱에 대한 갈망이, 그 급한 손가락 끝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의 소동을 말한다면
"제발 이번에는 계획대로 움직여보자"고 굳게 약속했던 전날 밤의 다짐이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정성껏 짠 계획표는 尚順君樂飯店의 넓은 탁자 위에서 훌륭한 컵 받침이자 종이 깔개가 되었고, 우리는 그저 그날의 기분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발길을 옮겼다. 11월의 묘리는 적당히 건조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는 22도 정도로 딱 좋았다. 호텔 로비의 압도적인 개방감과 현대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우리는 이 거대한 정적을 우리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짓궂은 욕구에 휩싸였다. "야, 9시 넘으면 조식 뷔페 줄 엄청 길대!"라고 외치며 허둥지둥 내려갔지만, 막상 접시에 갓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을 담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미식가들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기구기에서 맛본 완탕의 진한 육수 맛은 지금도 혀끝에 선명하다. 얇은 피 속에 숨어있던 탱글한 새우의 식감, 그리고 함께 나눈 시시콜콜한 농담들. 우리는 그런 작은 발견과 낭비를 '탐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무용한 대화들이 호텔 복도와 상순 유락세계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 곳곳으로 흩어졌고, 우리는 그 무용함 속에서 뜻밖의 안도감을 느꼈다. 정교하게 설계된 관광 코스보다, 尚順君樂飯店의 쾌적하고 넓은 객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며 나누는 실없는 농담들이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여행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를 시간 낭비라고 하겠지만, 내 생각엔 인생에서 가장 효율적인 휴식이었다.
서늘한 가을바람 끝에 닿은 방 안의 온기가 다정했다.
- 2층의 화려한 바에서 색색의 칵테일과 달콤한 마카롱을 즐겨보세요.
- 체크아웃 전, 광활한 로비에 앉아 여행의 여운을 천천히 곱씹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