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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공기와 엉망진창인 짐가방

5월의 묘리는 공기부터 끈적였다. 피부에 쩍쩍 달라붙는 습도와 짙은 흙내음이 섞인 무거운 바람. 우리는 누가 예약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채 苗栗大湖石壁溫泉渡假山莊/道地客家菜/溫泉湯屋/民宿/住宿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나온 건 헛웃음과 엉켜버린 캐리어들의 소음이었다. 짝짝이 신발을 신은 친구와 예약서를 잃어버린 친구까지, 도착 10분 만에 우리는 모두 '최악의 여행자'가 되었다. 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계곡의 서늘한 물소리가 우리의 소란을 부드럽게 덮어주고 있었다.

이 숲속의 온천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1. 정직한 산미의 미학. 식당에서 마주한 객가요리는 투박하지만 정직했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산채육편탕의 국물은 혀끝을 톡 건드리는 시큼함 뒤에 개운한 여운을 남겼다. "이거 좀 신데?"라고 투덜대면서도 결국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취향보다 본능에 충실한 인간임을 깨달았다.

2. 피부 위로 흐르는 비단의 감각. 객실 내 온천탕에 몸을 담그자 뜨거운 물이 피부를 매끄럽게 감쌌다.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한 미끄러운 촉감과 귓가를 울리는 잔잔한 물소리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창밖으로 보이는 짙은 초록의 숲과 뜨거운 물의 온도 차이가 주는 묘한 쾌감 속에, 우리는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3. 30평의 공간이 주는 다정한 거리감. 우리가 묵은 팜 빌라는 생각보다 훨씬 광활했다. 바스락거리는 침구 속에 몸을 묻고 테라스까지 걷는 짧은 거리만으로도 서로의 간섭이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각자의 구석을 찾아 파묻힌 채 누린 정적은, 함께 있다는 안도감과 혼자 있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완벽한 타협점이었다.

4. 무위(無爲)라는 가장 생산적인 일정. 촘촘하게 짠 계획표는 푹신한 침대에 눕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천장의 나뭇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거둔 가장 큰 성취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채워지는 마음의 여백이 얼마나 쾌적한지 알게 되었다.

리스트 밖에서 마주한 찰나의 빛들

계획표에는 없던, 아니 계획할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홀린 듯 테라스로 나갔다. 낮의 눅눅함은 사라지고, 피부를 기분 좋게 조이는 서늘한 밤공기가 정신을 맑게 깨웠다. 그때 숲의 어둠 사이로 작은 빛들이 하나둘 점멸하기 시작했다. 반딧불이였다. 누군가 짧은 비명을 질렀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어둠 속을 느릿하게 유영하는 그 작은 빛의 궤적은 세상 어떤 화려한 도시의 야경보다 정교하고 압도적이었다. 숲에서 풍겨오는 옅은 백합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 시끄러웠던 웃음소리는 잦아들고 오직 물소리와 빛의 깜빡임만 남았다. 그 고요한 시간이 우리 사이의 서먹했던 빈틈을 온기로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물소리에 씻겨 내려간 소란함과 적당한 온도의 정적.

  • 객가요리 식당은 인기가 많으니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할 것.
  • 5월 방문 시 얇은 겉옷을 챙겨 밤의 반딧불이 산책을 준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