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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은 예고 없이, 밤의 공기를 타고

9월의 묘리는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맑은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숲의 품에 안긴 苗栗大湖石壁溫泉渡假山莊/道地客家菜/溫泉湯屋/民宿/住宿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묵은 방의 테라스로 나서자, 은빛으로 반짝이는 계곡물이 바위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먼저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끄러운 촉감은 마치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 매끄러웠고, 뜨거운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물속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온몸의 긴장이 60% 정도 기분 좋게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나른한 평화 뒤에 찾아온 허기는 지독하리만큼 정직했다. 누군가 낮게 배고프다고 중얼거린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 시장과 편의점에서 털어온 비닐봉지들을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가 고요했던 방 안의 정적을 경쾌하게 깨뜨렸다.

기름진 튀김과 무용한 농담들의 성찬

"야, 너 진짜 이걸 다 먹으려고 산 거야?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하냐."

친구가 눅눅해진 튀김 봉지를 가리키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가장 크고 노란 튀김 하나를 집어 올리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원래 야식의 미덕은 정교한 맛이 아니라 압도적인 양으로 승부하는 거야. 넌 너무 따져서 문제라고."

우리는 침대 위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낮에 식당에서 맛보았던 정갈한 객가요리의 여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짭조름한 볶음밥과 신선한 채소들의 조화는 훌륭했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련된 미식이 아니라 혀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기름진 풍미였다.

"그나저나 이번 여행 동선 짠 사람 누구였지? 진짜 엉망진창이었어. 우리가 거기서 길을 세 번이나 잘못 들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기절할걸."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지! 정해진 대로만 가면 그건 그냥 가이드 투어잖아. 난 오히려 그 덕분에 이름 모를 숲길의 짙은 흙 내음을 맡았으니 완전 이득이라고 봐."

"말은 잘해요. 그때 다들 땀 흘리면서 투덜거렸던 건 기억 안 나나 보지?"

우리는 서로의 멍청했던 선택들을 안주 삼아 낄낄거렸다. 9월의 밤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 살갗에 서늘하게 닿았지만, 방 안은 고소한 튀김 냄새와 시시한 농담들로 눅눅하고 따뜻하게 채워졌다. 눅눅해진 과자 봉지를 탈탈 털어 넣으며 우리는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지, 혹은 그냥 여기서 한 달쯤 아무 생각 없이 누워만 있을지 같은 무용한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었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어느덧 봉투는 비었고, 뜨거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옅은 기름 냄새와 함께 기분 좋은 포만감이 안개처럼 내려앉았다.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는 이제야 선명하게 고막을 두드렸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낮은 조도의 천장을 함께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6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자는 나의 평소 철학이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게 실현된 기분이었다. 누군가 옅은 코골이를 시작했고, 나는 그 규칙적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묘리의 밤은 생각보다 깊었고, 우리는 그 깊이만큼 충분히 나른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꽤 근사한 밤이었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맴도는 은은한 비누 향이 달콤했다.

  • 묘리 대후의 달콤한 제철 과일과 함께 곁들이는 시원한 캔맥주
  • 온천욕 후의 허기를 달래줄 바삭한 튀김과 따뜻한 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