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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가방의 소란함이 빚어낸 정돈된 무질서

차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행의 서막이 올랐다. 둘째는 내리기도 전부터 온천이 어디 있느냐며 보채기 시작했고, 첫째는 가방 깊숙이 숨어버린 장난감을 찾느라 짐더미를 엉망으로 헤집어 놓았다. 하지만 泰安觀止溫泉會館의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소란함은 묘한 리듬감으로 변했다. 높은 천장과 전면 유리창 너머로 묘리의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코끝에는 은은한 삼나무 향이 스며들었다.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의 질감과 따뜻한 색감의 나무 바닥이 공존하는 이 미니멀한 공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캐리어의 금속성 바퀴 소리를 부드럽게 흡수하고 있었다.

체크인 절차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매끄러운 바닥을 탐색하며 자신들만의 운동장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절제된 건축미가 느껴지는 공간이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한 놀이터였을 뿐이다. 직원들의 정중한 안내 멘트와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뒤섞인 그 풍경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무질서함이야말로 우리가 갈망하던 가식 없는 휴식의 시작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객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마주한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을 때, 우리는 곧 마주할 온기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렜다.

계획을 지운 자리에 들어온 우연한 발견들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현대적인 감각의 개인 자쿠지였다.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동안, 첫째는 창밖으로 굽이쳐 흐르는 원수이강의 푸른 물줄기를 멍하니 관찰했고, 둘째는 욕실의 회색 돌벽을 작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으며 그 거친 질감을 탐색했다. 이곳의 온천수는 이른바 '미인탕'이라 불리는 탄산수소염천이다.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마치 투명한 비단 한 겹을 피부에 얇게 바른 듯한 매끄러운 촉감이 전신을 감쌌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가 일상의 긴장을 천천히 녹여내고 있었다.

야외 인피니티 풀로 나갔을 때, 4월의 묘리는 온통 순백의 세상이었다. 바람에 흩날린 통화꽃 잎들이 푸른 물 위로 내려앉아 하얀 카펫을 깔아놓은 듯했다. 아이들은 그것을 '하늘에서 내리는 봄눈'이라 부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둘째는 물속에서 자신의 발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참을 들여다보았고, 물결이 발가락 사이를 가를 때마다 작은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가방 깊숙이 넣어둔 관광지 리스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삼나무 향이 배어 있는 복도를 느리게 걷고,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였다. 특별한 활동은 없었지만,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구름의 흐름을 쫓고 어깨 위에 내려앉은 하얀 꽃잎을 털어내는 일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용(無用)한 시간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사치스러운 선물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들의 숨소리와 회색빛 정적이 주는 위로

폭풍 같던 하루가 지나고, 아이들이 깊은 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둘째는 하얀 목욕 가운을 망토처럼 두른 채 웅크려 잠들었고, 첫째는 베개를 꼭 끌어안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었다. 비로소 어른들만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짙푸른 밤의 산을 내다보았다. 가끔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정적의 밀도를 더 깊게 만들었고, 밤공기는 낮보다 한층 서늘해져 있었다.

다시 자쿠지에 몸을 담갔다. 낮의 소란함이 씻겨 내려간 자리에는 오직 찰랑이는 물소리만 남았다. 밤이 되자 더 짙은 색을 띠는 회색빛 돌벽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감싸 안았고, 그 단조로운 색감이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뜨거운 물이 목덜미까지 차오를 때,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온기가 퍼지며 아주 오래전 잊고 있었던 다정한 기억들이 몽글몽글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내와 나눈 대화는 짧고 소박했다. 거창한 미래나 삶의 고민이 아니라, 내일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아이들이 깨어나면 어디로 산책을 갈지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대신 같은 방향의 어둠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쁘지 않네." 그 한마디에 모든 감정이 요약되어 있었다.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적당한 온도의 물, 적당한 거리의 사람, 그리고 완벽한 고요함. 그 조합이 주는 안도감이 나를 깊은 휴식의 심연으로 이끌었다.

다시 일상으로, 하지만 마음속에 남겨둔 조각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예상대로 떠나기 싫어하며 칭얼거렸다. 둘째는 호텔 정원에서 주운 작은 돌멩이 하나를 보물처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짐을 챙기며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했지만, 정작 내가 챙겨가고 싶은 것은 이곳의 서늘한 공기와 피부에 남은 매끄러운 감촉, 그리고 아이들의 무해한 웃음소리였다.

로비를 나설 때 다시 한번 통화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어제보다 더 많은 꽃잎이 어깨 위에 내려앉았지만,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차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아이들의 소란함으로 가득하겠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泰安觀止溫泉會館의 회색빛 공간이 준 정적이 작은 방처럼 자리 잡았다. 다시 올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좋았으니까,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 묘리 시내의 '강기구기'에 들러 훈툰을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육즙과 담백한 국물이 여행의 허기를 기분 좋게 채워줍니다.
  •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라면 '밍펑 고도'의 통화꽃 길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하얀 꽃비가 내리는 풍경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