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물이 빚어낸 이번 여행의 성적표
8월의 먀오리는 변덕스러운 수채화 같았다. 태풍의 끝자락이 스치며 내리는 눅눅한 빗줄기 속에서 우리는 숲속 노천탕인 포레스트 푸로에 몸을 담갔다. 정수리 위로는 차가운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고, 몸 아래로는 뜨거운 온천수가 눅진하게 감싸는 기묘한 온도 차. 그 모순적인 감각이 오히려 쾌적하게 느껴졌다. "이거 완전 천국 아니야?"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건 젠율 양식 룸의 넓은 다다미 공간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짙푸른 산세가 시야를 가득 채웠고, 공기 중에는 젖은 흙 내음과 은은한 나무 향이 섞여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관찰했다. 정성껏 만든 부채는 가방 구석에서 금세 잊혔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게 있었던 그 순간의 습도는 피부에 각인된 듯 선명하다. 친구들과 서로의 엉망진창인 부채를 보며 킥킥거렸던 일, 그리고 젖은 슬리퍼를 끌고 다녔던 복도의 서늘한 공기. 완벽한 계획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나쁘지 않은 일정이었다.
원목 증기실의 묵직한 열기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도시에서 묻혀온 소음들이 땀과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적외선 오븐의 온기는 마치 거대한 솜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포근했다. 굳이 무언가를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조식 식탁 위에서 마신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와 숲의 정적이 어우러진 시간.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지금 물 온도가 딱 좋다"는 말만 나누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60%의 힘만 쓰며 보낸 완벽한 휴식이었다.
방금 씻고 나온 보들보들한 피부에 닿는 빳빳한 호텔 시트의 서늘한 감촉.
- 비 오는 날의 포레스트 푸로에서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멍하니 누워있기.
- 고속철도 연계 패키지로 무거운 짐 가방의 무게를 덜어내고 가볍게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