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사둔역에 발을 내디뎠을 때, 3월의 공기는 섭씨 20도라는 다정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걷기 좋은 계절의 틈새였다. 숙소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700미터. 하지만 그 짧은 거리조차 우리에겐 하나의 작은 모험이었다. 누군가는 구글 지도의 파란 점에 매달렸고, 누군가는 그저 직진하면 된다며 근거 없는 확신을 내뱉었다. 결국 우리는 세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지만,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았다. 오히려 걷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낮게 내려앉은 지붕들의 소박한 풍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스팔트를 규칙적으로 긁어내는 캐리어 바퀴의 마찰음이 리듬처럼 들려왔고, 우리는 누가 가장 먼저 지칠지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다. "야, 너 벌써 숨 가쁜 거 아니지?"라는 농담 섞인 외침 끝에, 가장 말이 많았던 친구가 결국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꼴이 우스워 터진 웃음소리가 봄볕 아래로 가볍게 흩어졌다.
우연히 멈춰 선 투명한 미식의 순간
정처 없이 걷던 길모퉁이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온다는 오래된 가게, '강기구기' 앞에 멈춰 섰다. 우리는 홀린 듯 완탕과 수정 만두를 주문했다. 젓가락 끝에 걸린 만두피는 마치 얇은 유리막처럼 투명해서 그 너머로 촘촘하게 채워진 속재료가 그대로 비쳤다. 입안에 넣는 순간, 팽팽했던 피가 툭 터지며 뜨거운 육즙이 혀끝을 적셨다. 함께 곁들인 죽순 절임의 은은한 단맛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먀오리의 봄은 아직 통화꽃이 하얗게 만개하기 전이었지만, 습기를 머금은 바람 속에는 이미 무언가 피어날 준비를 하는 생동감 넘치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좁고 낡은 식당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다음 날 방문할 바이사둔 공천궁의 거리와 이번 여행이 가진 기분 좋은 무용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런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것, 그 불확실함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붉은 벽돌의 품, 内之島旅宿에서의 하룻밤
마침내 도착한 内之島旅宿의 대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붉은 벽돌 중정이 펼쳐졌다. 발바닥에 닿는 벽돌의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한 감촉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듯했다. 전통적인 삼합원 구조를 띠고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이곳은 마치 여러 나라의 조각을 모아 만든 패치워크 퀼트 같았다. 차가운 금속성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101호의 공업풍 인테리어, 다다미의 은은한 풀 내음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105호의 일식 방, 그리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104호의 발리풍 공간까지. 한 지붕 아래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모습이 묘하게 유쾌했다. 우리는 누가 더 넓은 방을 차지할 것인가로 짧은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거실에 놓인 75인치 대형 텔레비전의 압도적인 화면 앞에 모두 모여 앉았다.
거실은 이 집의 심장이었다. 선명한 화질의 화면과 그 옆에 놓인 게임기, 그리고 한쪽 구석을 차지한 수동 마작 탁자는 이곳이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놀이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에어컨의 적당한 냉기가 피부에 닿으며 쾌적한 휴식을 알렸다. 102호와 103호에 묵는 친구들이 마당을 가로질러 전용 욕실로 향할 때마다,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누르는 '띠릭' 소리가 정막한 중정에 울려 퍼졌다. 밖은 조금 쌀쌀해졌지만, 욕실 안의 온풍기가 몸을 금방 데워주어 노곤함이 밀려왔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인덕션과 전자레인지, 밥솥이 완비된 깔끔한 주방에서 우리는 가져온 재료로 훠궈를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 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수다가 겹쳐졌다. 특별한 진미는 아니었지만, 함께 둘러앉아 김을 나누어 먹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올랐다.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다시 거실에 모여 마작 타일을 섞었다. 촤르륵, 타일들이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밤공기를 채웠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면 충분했다.
다음 날 아침, 전체 대관 숙박객에게 제공되는 따뜻한 흰죽과 소박한 반찬이 상 위에 올랐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죽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가 전해졌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붉은 벽돌 마당에 앉아 3월의 투명한 햇살을 받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셈이었다. 우리는 다시 짐을 챙기며 나지막이 약속했다. 다음에 다시 内之島旅宿를 찾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더 게으르게 누워 있기로.
붉은 벽돌 위에 내려앉은 봄볕이 더없이 다정했다.
- 바이사둔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로컬 식당에서 투명한 수정 만두를 꼭 맛보세요.
- 단체 여행이라면 전체 대관으로 예약해 거실의 마작 탁자와 대형 텔레비전을 만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