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내뱉은 날카로운 금속음: 무인 체크인 방식이라 숙소 대문 앞에 섰을 때, 공기 중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삑삑거리는 전자음이 정적을 깨고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 소리는 마치 '이제부터 너희들만의 무법지대다'라고 선언하는 신호탄 같았고, 문틈 사이로 밀려 들어온 8월의 눅눅한 공기마저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설레는 향기처럼 느껴졌다.
발바닥을 타고 흐르던 붉은 벽돌의 서늘함: 신발을 벗고 들어선 삼합원 마당의 첫인상은 온도의 반전이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의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해진 붉은 벽돌의 촉감이 발바닥에 서늘하게 닿았을 때, 피부를 파고들던 8월의 끈적이는 열기가 한순간에 씻겨 내려갔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매끄러운 바닥을 천천히 걸으며, 낡은 집이 품어온 시간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을 만끽했다.
강기구기의 훈툰이 터뜨린 육즙의 향연: 역 근처에서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맛본 훈툰의 기억은 강렬한 미각의 충격이었다. 얇다 못해 투명한 피 속에 꽉 찬 고기의 육즙이 입안에서 톡 터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풍미의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평소 감정 표현이 건조하던 친구가 "이거 먹으러 여기 다시 오겠다"고 툭 내뱉은 말은 그 어떤 화려한 찬사보다 믿음직스럽게 들렸다.
산업풍과 발리풍의 기묘한 동거: 内之島旅宿의 101호가 가진 차가운 금속의 질감과 104호의 이국적인 나무 향기가 한 지붕 아래 공존한다는 사실이 무척 유쾌했다. 에이치씨지 위생 설비와 삼성 65인치 텔레비전이 주는 현대적인 쾌적함, 그리고 발리풍 인테리어가 주는 느긋함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방이 더 '힙'한지 유치한 내기를 벌였다. 하지만 결국 다이킨 냉방기가 뿜어내는 강력한 냉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모든 철학적 논쟁은 허무하게 끝났고 150x188센티미터의 포근한 더블 침대 속으로 몸을 던졌다.
폭우의 소음과 닌텐도 스위치의 정적: 갑자기 쏟아진 8월의 소나기는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거실의 거대한 소니 75인치 텔레비전에 닌텐도 스위치를 연결했다. 창밖으로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며 세상을 지워가고 있는데, 안에서는 조용히 컨트롤러를 조작하며 서로를 헐뜯는 그 괴리감이 꽤나 즐거웠다. "이게 진짜 여행이지"라고 말하며 과자를 집어 먹던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날씨 따위는 상관없어졌다.
이 무용한 순간들이 모여 만든 풍경
사소하고 무용한 조각들이 모여 이번 여행의 색깔을 완성했다. 낡은 삼합원의 뼈대 위에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덧칠해진 内之島旅宿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관계와 많이 닮아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낡은 우정이라는 틀 안에, 매번 새로운 농담과 유치한 다툼, 그리고 최신식 취향이라는 소품들을 계속해서 채워 넣는 일. 이번 여행에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거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성장은 없었다. 그저 함께 누워 천장을 보고, 맛있는 훈툰을 먹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뒹굴었을 뿐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런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즐거움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모여 특별한 기억이 된다는 말은, 사실 꽤 괜찮은 거짓말이었다.
마당에 고인 빗물 웅덩이를 일부러 밟으며 웃던 친구들의 뒷모습.
- 백사둔역에서 숙소까지 걷는 10분, 8월의 눅눅한 열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길 권한다.
- 단체 방문 시에는 식재료를 넉넉히 준비해 거실에서 훠궈 파티를 즐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