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묘리는 안개의 도시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은 덜 마른 수묵화처럼 몽환적인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水漾月明度假文旅Hana Mizu Tsuki Hotel의 객실 창문은 크고 정직해서, 그 너머로 명덕 저수지의 푸른 물결이 낮게 깔린 풍경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창가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빠, 물 위에 구름이 내려와서 잠을 자고 있어." 아이의 엉뚱한 말에 시선을 옮기니, 정말로 희뿌연 안개가 수면 위를 아주 천천히,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그 담백한 풍경이 오히려 마음의 빈틈을 채워주었다. 거실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장난감들의 무질서함조차 이곳의 고요한 호수와 대비되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창틀을 타고 넘어온 서늘한 새벽 공기와 거실 바닥에 길게 누운 연한 햇살, 그 빛의 경로를 따라 걷는 아이의 작은 발자국이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기계의 소음과 아이의 웃음이 섞이는 시간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낯선 기계들의 낮은 웅성거림이었다. 체크인을 돕는 무인 단말기의 규칙적인 전자음과 바닥을 꼼꼼하게 훑고 다니는 로봇 청소기의 단조로운 구동음. 아이들은 그 로봇 청소기를 마치 새로운 친구라도 만난 듯 쫓아다니며 낄낄거렸다. "얘는 어디로 가는 거야? 혹시 집을 찾는 걸까?" 정답 없는 질문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로봇이 벽에 부딪혀 툭,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낼 때마다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 무렵,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변을 돌 때 들려온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음은 리드미컬한 음악 같았다. 귓가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 소리와 내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따라오는 아이의 거친 웃음소리가 빈틈없이 공간을 채웠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침묵보다 더 편안한 소란함이었다. 저 멀리 숲속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며 여행의 밀도를 더해주었다.
온기의 품과 바스락거리는 휴식
객실 내 욕조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는 시간 동안의 기다림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물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온기, 피부에 닿는 물의 감촉은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아이들은 욕조 속에서 거품 산을 만들며 물놀이에 열중했다. 내 팔뚝에 닿는 차가운 거품과 뜨거운 물의 온도가 동시에 교차하며 감각을 깨웠다. 욕실 거울에 서린 뿌연 김을 아이가 작은 손으로 닦아내어 동그란 구멍을 만들었고, 그 너머로 보이는 서로의 일그러진 얼굴에 우리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水漾月明度假文旅Hana Mizu Tsuki Hotel의 자랑인 일식 침구는 몸을 감싸는 느낌이 무척 포근했다. 자전거 핸들의 차가운 금속 질감과 대조되는, 빳빳하면서도 부드러운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 그 위에 누웠을 때 비로소 몸의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아이의 보드라운 손등이 내 손등에 닿았을 때, 비로소 완전한 휴식이 완성되었다.
소박한 죽 한 그릇에 담긴 정직한 온기
아침 식사는 정갈한 중식 세트였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그 소박함 속에 깃든 정직함이 좋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죽 한 그릇과 곁들여진 반찬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평소라면 채소를 멀리했을 아이가 이곳에서는 묵묵히 숟가락을 움직였다. 장소가 주는 마법인지, 아니면 함께 있는 이들의 평온한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강기구기에서 맛본 완탕의 기억이 겹쳐졌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육즙, 그리고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진한 국물의 풍미는 자극 없이 깊었다. 아이의 입가에 묻은 국물 자국을 휴지로 닦아주며 생각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 그것보다 더 확실하고 정직한 행복은 없다고.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가 식탁 위를 경쾌하게 굴러다녔고, 배가 부른 만큼 마음의 넉넉함도 함께 차올랐다.
숲의 숨결과 빳빳한 세탁 향기
2월의 공기는 차갑지만 투명했다. 호텔 문을 열고 나설 때마다 훅 끼쳐오는 숲의 냄새와 물비린내가 섞인 독특한 향기. 그것은 인위적인 방향제가 흉내 낼 수 없는, 젖은 흙과 나무, 그리고 저수지의 습기가 만들어낸 묘리만의 정직한 숨결이었다. 방 안으로 돌아오면 갓 세탁한 시트의 빳빳하고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아이들의 옅은 땀 냄새와 섞여 묘하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로비 카페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커피 향이 복도를 따라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그 향기를 따라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어느새 차분하게 고요해졌다. 무언가를 억지로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곳의 공기와 냄새가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되어주었다. 그냥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 아이의 옷깃에서 배어 나오는 옅은 비누 향이 코끝을 스칠 때, 나는 이 여행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안개가 걷힌 호수 위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퍼졌다.
- 자전거를 빌려 일신도까지 천천히 다녀오길 권한다.
-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