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回到 新興大旅社

5월의 묘리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채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공기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묵직했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천둥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숨소리처럼 솜털을 미세하게 일깨웠다. 묘리역에서 내려 걷는 길, 습기를 가득 머금어 짙은 초록으로 타오르는 이름 모를 풀들이 발끝을 스칠 때마다 싱그러운 흙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골목

5월의 묘리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채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공기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묵직했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천둥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숨소리처럼 솜털을 미세하게 일깨웠다. 묘리역에서 내려 걷는 길, 습기를 가득 머금어 짙은 초록으로 타오르는 이름 모를 풀들이 발끝을 스칠 때마다 싱그러운 흙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골목 끝에서 마주한 新興大旅社의 낡은 유리문 위에는 세월의 때가 겹겹이 쌓인 옛 서체의 글씨가 정갈하게 새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한 테라조 바닥의 감촉이었다. 수십 년의 시간이 매끄럽게 마모된 그 단단한 바닥은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의 기억을 묵묵히 품고 있는 듯했다. 우리를 맞이한 주인장은 마치 오래된 서재에서 막 걸어 나온 문인처럼 온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수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니 물이 따뜻해진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옷을 벗으라고 일러주었다. 그 무심한 듯 세심한 조언은 낯선 여행지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우리의 경계심을 단숨에 안도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철제 계단을 한 칸씩 밟고 올라갈 때마다 텅 빈 공간을 울리는 규칙적인 금속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계추의 움직임처럼 규칙적이고 아득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5월의 회색빛 광선이 창문을 통해 길게 뻗어 들어와,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 입자들과 함께 느릿하게 유영하고 있었다. 침대는 너무 푹신하지도,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침대 끝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우리는 각자의 호흡이 만드는 작은 파동을 느꼈다. 한 사람이 살짝 무게중심을 옮기면, 다른 한 사람이 그만큼의 공간을 내어주는 식의 무언의 대화. 그 작은 무게감의 이동은 세상의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많은 진심을 전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내면의 독백이 고요한 방 안을 채웠다. 저녁 무렵 찾아간 강기구기에서 마주한 훈툰의 뜨거운 김은 안경 너머의 시야를 하얗게 지워버렸고,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육수의 맛은 눅눅했던 몸속의 한기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녹여내었다.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닦아주는 대신, 각자의 속도로 묘리의 느린 시간을 함께 삼켰다. 다시 돌아온 新興大旅社의 복도, 40~50년대의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은 천장은 마치 하늘로 열린 작은 통로 같았다. 그 구석에 둥지를 튼 제비 한 쌍의 모습에서,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근원적인 안도감이 배어 나왔다.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 창밖의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그 단단한 테라조 바닥 위에 나란히 섰다. 거창한 계획도,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무용한 시간이 주는 이 지독한 안온함 속에 몸을 맡긴 채 우리는 다시 이곳에 오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 주인장의 다정한 조언대로 온수가 충분히 데워질 때까지 느긋한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 강기구기의 뜨끈한 훈툰과 육원, 깊은 국물 요리로 5월의 눅눅한 공기를 따스하게 달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