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Tai Bei Fu Xin Da Fan Dian, 기억의 틈을 채우는 다섯 가지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타격장의 둔탁한 파열음.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그 리듬은 멈추지 않고 도시의 소음 속에 섞여든다. 눅눅한 밤공기와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들려오는 그 소리는,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정적보다 더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적당한 소란함이 곁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억지로 침묵을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쁘지 않은, 오히려 다정한 밤이었다.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내는 아이의 둔탁한 발소리. Tai Bei Fu Xin Da Fan Dian의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객실은 아이의 도약보다 훨씬 넓고 아늑했다. "아빠, 여기는 하얀 바다 같아요!"라고 외치는 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가볍게 흔든다. 빳빳하게 잘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아이의 뜨거운 숨결이 맞닿는 순간, 여행의 긴장은 어느새 말랑한 웃음으로 변해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숟가락이 도자기 그릇에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대만식 죽의 구수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입안 가득 퍼지는 온기는 잠들어 있던 감각을 천천히 깨운다. 아이들이 입가에 죽을 묻힌 채 서로를 보며 킥킥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낮은 웃음소리.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배가 부르고 마음이 넉넉해지니 세상 모든 것이 온순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창문에 부딪히는 12월의 날카로운 바람 소리. 밖은 칼날 같은 냉기가 도시를 휘감고 있었지만, 우아한 분위기의 스위트룸 유리창 하나가 우리 가족을 견고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실내의 포근한 온기와 외부의 서늘한 냉기가 맞닿은 그 투명한 경계에 이마를 대자, 차가운 유리 촉감이 머릿속을 맑게 비워냈다. 젖은 도로 위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채색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이 안락한 요새 속에 조금 더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다.
외출 전, 아이들의 두툼한 외투 지퍼를 올리는 지익- 소리. 첫째는 끝까지 스스로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지퍼가 천에 씹혀 한참을 낑낑거렸다. 옆에서 아내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는 그저 아이의 진지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여행이란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엉킨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며, 그 서툰 시간조차 나중에는 그리운 기억이 될 것임을 알기에. 겨우 지퍼를 끝까지 올린 아이의 얼굴에 스친 작은 성취감이 12월의 공기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의 온기를 품고, 다시 포근한 이불 속으로 고요히 머무한다.
- 조식 뷔페의 대만식 죽을 꼭 맛보길 권한다. 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온기가 일품이다.
- 남강 전시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12월의 서늘하고 맑은 공기를 마셔보는 것도 좋다.